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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는 부모연금으로…구직 포기 '청년 니트' 170만명 역대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에 사는 장모(33)씨는 이번 달 들어 한 번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장씨는 졸업 직후부터 공무원시험을 준비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시험을 포기하고 사기업이라도 취업하려 했지만, 이미 30세가 넘어 구직 폭이 좁아졌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취업을 아예 포기했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부모님과 함께 연금으로 살고 있다.

일도, 공부도, 구직도 안 한다

학교도, 직장도 다니지 않는 ‘니트족’(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청년 규모가 170만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니트족 청년이 전체 청년 중 14%를 넘어섰다. 특히 이 중에서도 구직활동까지 내려놓은 청년 비중이 높아졌다. 청년 10명 중 1명은 일도, 공부도, 심지어는 일을 하려는 노력까지도 하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25일 한국노동패널의 ‘코로나19 충격이 청년 니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혼 청년(15~34세) 중 니트족 규모는 172만3000명에 달했다. 전년도(157만8000명)보다 14만5000명(9.2%) 늘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니트족이 170만명을 넘으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그보다도 늘어날 전망이다.

연구자 “올해는 더 늘 것”

연구를 진행한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월까지의 추세가 12월까지 이어진다면 올해는 177만3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15~34세 인구(1210만1000명)의 14.7%에 달한다. “코로나 이전 고용의 99.9%를 회복했고, 청년 고용률이 7년 만에 최고”라고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진단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구직활동을 포기한 청년이 전체 니트족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비구직 니트는 128만2000명으로, 전년도(111만6000명)보다 16만6000명 늘었다. 비구직 니트가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5%로,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청년 10명 중 1명 이상이 경제활동에서 멀어졌다는 의미다.

‘비구직 니트’ 지난해 폭발적 증가

비구직 니트족은 2010년(97만2000명)에서 2016년(97만9000명)까지는 100만명 내외로 유지됐지만, 201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세라고 해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증가 폭은 4만600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증가 폭이 최근 추세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데 대해 남 선임위원은 “코로나19 충격의 영향으로 파악된다”며 “청년인구는 감소했는데 비구직 니트가 증가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구직도 포기한 니트족, 100만명 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구직도 포기한 니트족, 100만명 넘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령별로는 25~34세,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에서 취업 포기 현상이 두드러졌다. 25~29세에서 비구직 니트 증가율은 지난해 24.8%에 달했다. 30~34세(13.4%)에서의 증가율도 10%를 넘었다.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에서의 증가율은 21.5%로 가장 높았다. 장씨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나 중견기업 이상으로의 구직을 시도하다가 포기한 인원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은둔…“일본 따라간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늘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4%가 집 밖으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은둔 청년 규모는 37만명이 넘는다. 외출하지 않는 계기로는 “취업이 잘 안 되어서”라는 응답이 37.4%로 가장 많았다.

비구직 니트가 모두 은둔으로 이어는 건 아니지만,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경기침체를 겪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형태”라며 “구직이 되지 않으니 이를 능력 부재로 여겨 아예 포기하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이 늘었다. 은둔 생활자가 늘어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니트족은 경제활동인구로 다시 편입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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