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도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美 우방국들 뭉치나

중앙일보

입력 2021.11.25 14:18

업데이트 2021.11.25 14:48

호주 정부가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정부 인사 등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권을 문제 삼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시사하자 영국·프랑스·캐나다가 잇따라 동조 움직임을 보인 이후 호주까지 가세한 것이다. 미·영·호주 3개국은 지난 9월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기도 했다. 미국의 동맹·우방국들을 중심으로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 기류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AFP=연합뉴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 [AFP=연합뉴스]

호주 정치권, 펑솨이 사태에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정치권은 정파를 초월해 펑솨이(彭師·35) 사태를 이유로 정부에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강하게 촉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호주 정부도 이 방안을 고려 중이다.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보내지만, 개·폐막식에 정부·정치권 인사 등 사절단은 파견하지 않는 조치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는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는 폭로 글을 올린 뒤 행방이 묘연해져 신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2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펑솨이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영상 통화에서 안전하게 지낸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으나 IOC의 처사를 놓고 24일 세계선수협회(World Players Association)도 비판 성명을 냈다.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펑솨이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선수협회는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은 다루지 않은 IOC의 영상 통화에 대해 "인권단체들이 제기한 의문점들은 해소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IOC가 중국의 인권 침해에 공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재임 시절 베이징 겨울올림픽 유치와 준비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펑솨이와 IOC의 영상 통화에 중국 당국의 힘이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WSJ은 장가오리 전 부총리가 2022년 겨울올림픽 운영단을 이끌며 바흐 위원장을 포함해 IOC 최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美 결정 기다려…"독재정권에 말하는 계기를"

호주 언론은 호주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조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결정이 호주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또 현지 언론은 리처드 콜벡 체육부 장관과 머리스 페인 외무부 장관은 이미 불참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콜벡 장관은 "베이징 겨울올림픽 사절단 파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많은 이들이 펑솨이의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주 정부는 베이징에 어떤 정부 인사도 보내지 않으면서도, "외교적 보이콧"이라고 공식적인 선언은 하지 않는 것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 중이다.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 [AFP=연합뉴스]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 [AFP=연합뉴스]

호주 정치권에선 외교적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관련 촉구 서한을 보낸 에릭 아베츠 자유당 상원의원은 "호주가 앞장서면 다른 나라들도 전례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이 독재정권(중국)에 대해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터 칼릴 노동당 하원의원은 "스포츠와 정치를 혼합해선 안 되지만, (중국과) 선을 그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콘세타 피에라반티 웰스 자유당 상원의원은 "남중국해에서의 호전적이고 불법적인 행동, 계속되는 인권 유린, 사이버 공격, 홍콩과 대만에 대한 처사 등 중국의 지난 수년간 행동은 베이징이 좋은 국제 시민이 아님을 보여준다. 펑솨이와 관련한 최근 상황은 국제적인 우려를 더하고 있다"며 외교적 보이콧 지지 의사를 밝혔다.

외교적 긴장 관계도 영향  

로이터통신은 호주의 이번 보이콧 검토는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 관계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호주는 중국과 최대 교역국이었지만, 2018년 5세대 이동통신(5G) 광대역망 구축 사업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를 배제해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호주가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하며 양국의 관계가 악화됐고, 중국은 몇몇 호주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면 호주 내에선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의 자유당 하원의원 존 알렉산더는 "스포츠는 선의를 확산하는 것"이라며 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내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누가 영국 정부를 대표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보리스 존슨 총리가 보이콧을 지지하진 않는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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