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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피해 한국 온 난민, 동포 이용해 대마초 반입하다 적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4일 마약 탐지견 듀크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대마초 은닉 화물 탐지하고 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지난달 14일 마약 탐지견 듀크가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대마초 은닉 화물 탐지하고 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지난달 1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순찰 중이던 마약 탐지견 듀크가 한 여행용 가방으로 다가섰다. 듀크는 가방 앞에서 멈춘 뒤 움직이지 않았다. 가방 주인은 이집트에서 온 A씨였다. 인천본부세관 직원들은 가방 안에 마약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검사에 들어갔다. 엑스레이 영상 판독과 정밀개장검사 결과 가방 안 헤어크림 통에서 대마초 145g이 적발됐다. 헤어크림 통 위쪽엔 헤어크림이 있었지만, 내부엔 대마초가 담긴 비닐봉지가 숨겨져 있었다.

A씨가 반입한 헤어크림 통 내부엔 대마초가 은닉돼 있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A씨가 반입한 헤어크림 통 내부엔 대마초가 은닉돼 있었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A씨는 세관 조사에서 “이집트에서 당뇨약을 받아와달라는 대학교 지인 B씨의 부탁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만난 사람이 곱슬머리를 손봐야 하다며 헤어크림 통도 같이 주길래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며 “대마초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B씨는 “국내 아랍인 누리소통망에서 이집트에서 자신의 당뇨약을 받아줄 사람을 찾는 모집 글을 봤다”며 “마침 A씨가 이집트를 갔다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부탁한 것뿐”이라고 했다. 세관은 이들의 말을 토대로 재한 아랍인 모임 누리소통망에 글을 올린 C씨를 범인으로 보고 추적에 나섰다.

세관은 B씨가 C씨에게 전화해 “이집트에서 정상적으로 물품을 받았다. 만나서 건네주겠다”며 접선하게 했다. 지난달 26일 목포의 한 대학에서 B씨와 C씨가 만나는 순간 세관 직원들이 C씨를 덮쳤다. C씨의 집에서는 발아 중이던 대마 종자 27점이 발견됐다.

C씨 자택에서는 발아중인 대마종자 27점이 발견됐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C씨 자택에서는 발아중인 대마종자 27점이 발견됐다. 사진 인천본부세관

조사결과 C씨는 지난 2017년 국내에 입국한 이집트 난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 군부독재 정권의 박해를 피한다는 이유로 난민 비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온 뒤 비자가 연장되지 않아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목포에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본부세관은 C씨(31)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세관 관계자는 “A씨와 B씨는 마약 반입 사실을 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해외에서 입국 시 지인의 부탁을 받더라도 물품을 대리 반입하는 경우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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