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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면 죽는다"…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하중단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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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집단운송거부(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화물을 운송하는 개인 차주들과 회사 소속의 화물차 운전 노동자들로 구성됐다.

25일 국토교통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화물연대는 이날 0시부터 전국에서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 운임 전 차종ㆍ전 품목 확대 ▶생존권 쟁취를 위한 운임 인상 ▶산재보험 전면적용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쟁취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충북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총파업 들어오면 죽는다’라고 적힌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정문을 가로막으며 시멘트 출하를 막고 있다. [사진: 시멘트협회]

충북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총파업 들어오면 죽는다’라고 적힌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정문을 가로막으며 시멘트 출하를 막고 있다. [사진: 시멘트협회]

이 가운데 안전 운임제는 안전 운임(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로, 3년 일몰제(2020∼2022년)로 도입됐다. 화물연대 측은 “화물 노동자들은 경유가 인상 등으로 인한 원가 비용의 급격한 증가와 소득 감소로 과로ㆍ과적ㆍ과속에 내몰리며 위험한 운행을 강요받고 있다”며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 도로ㆍ국민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물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5% 정도(약 2만2000대)라는 점에서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4500대 정도 파업에 참가했고, 대부분 예고된 상황이어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화물연대와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비상수송대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안전 운임제 적용을 받는 컨테이너 화물차, 시멘트 화물차의 경우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파업 첫날인 이날 수도권 시멘트 저장소(사이로ㆍsilo)가 몰려 있는 의왕유통기지에는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의왕기지에는 쌍용C&Eㆍ한일시멘트ㆍ성신양회ㆍ아세아시멘트ㆍ현대시멘트 등 국내 대표 시멘트 7개 사의 저장소가 몰려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1.25/뉴스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 울산본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앞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1.25/뉴스1

일부 화물노조원들은 충북 단양의 한 시멘트공장에서 ‘들어오면 죽는다’라고 적힌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으로 정문을 가로막고 시멘트 출하를 저지하고 있다. 서울 수색유통기지도 화물연대 소속 BCT 차주들이 운행을 멈추면서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고 있어 BCT 차량이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과 동해·영월· 제천·단양 생산공장 중심으로 시멘트 출하가 거의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도권 공사현장 시멘트 납품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레미콘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유진ㆍ삼표 등 대형 레미콘사들은 자체 저장소를 통해 1∼2일가량의 시멘트 재고를 확보하고 있지만 별도의 저장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당수 영세 레미콘사들은 레미콘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5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인근 도로변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2021.11.25/뉴스1

25일 오전 울산 남구 울산신항 인근 도로변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2021.11.25/뉴스1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는 야적이 불가능해 대부분 사이로에 보관하게 되는데 아무리 큰 회사도 재고분이 하루 이틀 정도밖에 안 될 것”이라며 “일단 이번 파업이 사흘로 예정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하면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연말 대목을 맞은 택배·유통업계도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오는 26일 미국 쇼핑 축제 블랙 프라이데이가 열리면서 해외 직접 구매(직구) 수요가 늘어난 상황이다. 네이버ㆍG마켓 등 오픈마켓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들이 취급하는 직구 제품 배송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파업 첫 날인 이날 오전까지는 아직 배송과 물류 전반에 차질이 없거나 미미하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 차주 위주인 택배업계는 화물연대 가입 비중이 작다”며 “전반적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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