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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기말 '차별금지법' 언급…"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차별금지법과 관련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명동성당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20년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차별금지법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종교, 성적 지향, 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처벌하는 법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 일각에선 ‘성적 지향’이라는 항목이 동성결혼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해왔다. 이 때문에 2007년에 처음으로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은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5월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신촌점 광장에서 열린 2021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성소수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있다. 참가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성소수자의 실질적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뉴스1

5월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신촌점 광장에서 열린 2021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 공동행동 선포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성소수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깃발이 걸려있다. 참가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통한 성소수자의 실질적 권리보장을 촉구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 그러다 2017년 대선 때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제외했다. 특히 당시 대선 직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소속 목사들을 만난 자리에선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한다는 것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며 “당 입장이 확실하니까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왔다.

현재 대선 주자 가운데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제외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인권위 설립 20주년과 관련 “인권단체와 인권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 위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의 결단으로 이룬 소중한 결실이었다”며 “저도 당시 인권위 설립을 위한 노력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가 그간 보호 감호 처분 폐지, 군 영창 제도 폐지, 삼청교육대와 한센인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개선뿐 아니라 ‘살색’ 표현, 남학생부터 출석번호 1번을 부여하던 관행을 없애는 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직접 소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것도 인권위가 해야 할 몫”이라며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또 이날 기념식이 열린 명동성당에 대해선 “지금 우리가 함께하고 있는 명동성당은 독재에 맞서 자유와 인권의 회복을 외쳤던 곳”이라며 “인권위의 출범을 위해 인권운동가들이 뜻을 모았던 장소이자 인권위의 독립성이 위협받던 시절에 저항의 목소리를 냈던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 중에는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밝힌 일부 참석자가 문 대통령을 향해 “성소수자에게 사과하라”며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또 성추행 피해를 알린 뒤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부친은 문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 등의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와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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