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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비용 보전 계획 확정…월성 1호 넣고 신한울 3·4호 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폐지 및 건설계획을 중단한 원자력 발전의 비용을 결국 국민 돈으로 물어준다. 다만 신한울 3·4호는 아직 사업중단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신청 대상에서 뺐다. 정부 결정으로 조기 폐쇄한 월성 1호 비용도 보전할 방침이다.

전력기금으로 탈원전 비용 보전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 중앙포토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 중앙포토

25일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3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미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탈원전 비용을 보전해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었다. 이번 이행계획은 지출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구체적 대상·기준·절차 등을 정했다. 시행계획은 다음 달 9일부터 시행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탈원전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본래 기금 사용 목적에 없었던 정부 탈원전 비용을 정부가 최근 법령을 바꿔 끼워 넣었다. 특히 해당 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걷어 조성한다.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탈원전 비용을 메꾸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책임 미룬 정부, 신한울 3·4는 빼 

관심을 모았던 비용보전 대상은 사업자가 원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 등을 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행정 조치까지 완료한 사업으로 정했다. 정부 정책으로 폐지 또는 사업이 무산된 총 7기 원전(대진 1·2호기, 천지 1·2호기, 월성 1호기, 신한울 3·4호기)이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 비용 보전 신청이 가능한 원전에서는 신한울 3·4호기가 빠졌다.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 사업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난 2017년 2월 27일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신한울 3·4호기는 부지 매입과 주기기 사전 제작 등에 약 779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건설허가 등 인허가 심사·승인 절차를 중지하면서 공사가 무기한 보류됐다. 한수원은 손해배상과 법적 책임을 우려해 사업은 취소하지 않고 공사만 보류한 채 시간을 끌어왔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산업부에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법정 기한인 2월 27일까지 공사계획인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며 공사계획 인가 기간 연장도 신청해 2023년까지 기간을 연장했다.

정부가 비용 보전 근거까지 마련했지만,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책임을 다시 한수원으로 미루면서 신한울 3·4호 문제는 결국 다음 정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 지출 비용에 대한 부담은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등 기업들이 계속 떠안는다.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사업을 못하게 막아놓고 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을 한수원 등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월성1호도 보전…원전 7기 1.4조 이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보전 비용에 대해서 정부는 ▶적법·정당한 지출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계 ▶원금 상당 보전 ▶중복 보전을 방지 4가지 원칙을 정했다. 특히 정부 정책으로 건설이 무산된 신규 원전은 인허가 취득을 위한 용역비와 취득 후 부지 매입비, 공사비 등을 보전할 계획이다.

신한울 3·4호에 비해 다른 신규 원전이 지출한 비용이 많지는 않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진 1·2호기는 인허가를 위한 용역비 등에 약 34억5000만원을 지출했다. 천지 1·2호기는 부지 매입 비용(546억2000만원), 공사·용역비(259억9000만원) 등 총 979억2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월성 1호기다. 원래 월성 1호기는 지난 2012년 11월 설계수명(30년)이 끝났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한차례 연장(10년)을 통해 내년 1월까지 설계수명을 늘렸다. 이를 위해 설비 보강 등에 약 5600억이 들어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수원 이사회에서 지난 2018년 6월 조기 폐쇄가 결정됐다. 약 1년 6개월 뒤인 2019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 약 4년 가량 먼저 운영을 중단하면서 설비 보강과 주민 보상금에 들어간 돈을 날리게 됐다. 정부가 조기 폐쇄를 하지 않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비용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이후 매몰비용(유형자산 손상처분액)에 5652억원을 추산했다. 여기에 경제성 평가 축소 의혹 등으로 관련자가 기소돼, 재판 등 소송 비용이 추가 될 수 있다. 만약 이 금액을 전부 보전 받는다면 월성 1호기를 포함해 원전 7기 보상에 총 1조4445억원 이상이 들어간다. 다만 이 비용을 전부 보상할지는 불투명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명확하게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만 보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월성 1호는 계속 가동으로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보상에서 뺀다.

비용 규모도 문제지만, 월성 1호기 비용 보전 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제성이 없다고 폐쇄한 원전을 이제와서 보상을 해준다는 것 논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비용을 보상해 준다고 한다면 계속 가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었다는 이야기고 그럼 그 부분까지 계산해 줘야 한다”고 했다.

원전별 구체적인 비용보전 범위와 규모는 법률‧회계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비용보전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다. 우선 심의위원회를 통해 정부 안을 정하고 추후 국회 예산심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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