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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이재명' 독후감 SNS에 올린다…민주당 "재명학" 열풍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 및 의원들과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 및 의원들과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후보다.”

최근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했다는 말이다. 강 전 장관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강 전 장관과의 자리에 동석했던 의원은 “강 전 장관이 이 후보만의 정체성과 민주당이 왜 이 사람을 후보로 선택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후보의 생가에 다녀오기도 하고, 이 후보의 생애를 엮은 책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를 읽은 뒤 주변 의원들에게 책 내용을 소개했다고 한다. 이 전 수석과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수석이 책 내용을 자세히 얘기해주며 ‘이 후보를 열심히 도와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보다 이 후보를 더 잘 알고 있더라”고 전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선 강 전 장관과 이 전 수석처럼 자발적으로 ‘이재명을 이해하고 알리자’는 흐름이 번지고 있다. 그간 이 후보의 정치 경력이 여의도 밖에 있던 터라, 대부분의 의원들은 이 후보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려면 ‘우선 나부터 이 후보를 이해하고, 또 주변에도 적극 알려야 한다’는 정서가 퍼진 것이다.

의원들은 주로 이 후보의 일정이나 공약 자료를 SNS에 게시하는 것은 물론, 이 후보 관련 책을 읽고 ‘인증샷’과 독후감을 남기는 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김원이 의원은 지난 22일 이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찍은 사진과 함께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읽었으나 소년공 이재명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빠져들었다”며 “이재명을 질기게 따라다니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의 진실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게 됐다”고 적었다. 앞서 허영 의원도 지난 20일 같은 책을 읽은 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달궈진 맷집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각 의원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허영(왼쪽), 김원이(오른쪽) 의원들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일대기를 다룬 책 『인간 이재명』을 읽고 올린 사진들. 각 의원 페이스북

이밖에도 이 후보 홍보 영상을 링크하거나 SNS 프로필을 이 후보와 찍은 사진으로 꾸미는 일도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이동주 의원은 “1일 1이재명”이라는 23일 페이스북 글을 시작으로 이 후보 자서전을 다룬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올리고 있다. 같은 날 정성호 의원은 커버 사진을 이 후보와 자신이 함께 찍힌 사진으로 바꿨고, 송영길 대표와 김원이 의원은 프로필 사진을 이 후보와 ‘투샷’으로 바꿨다.

“이재명을 공부하자”…‘왜 이재명인가’ 교육용 자료도 배포

후보 선출 이후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에 뒤늦게 불고 있는 ‘이재명 알기 및 알리기’ 열풍 배경에는 이 후보에 대해 “공부하라”는 당 안팎의 압박이 자리한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사랑하면 알게 됩니다. 이재명을 공부해주세요”라고 올린 데 이어 20일엔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 합니다”라며 이 후보 관련 책 여러 권을 쌓아두고 읽는 사진을 게시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의 앞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책들이 놓여있다. 송 대표 페이스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그의 앞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책들이 놓여있다. 송 대표 페이스북

지난 19일엔 당 홍보소통본부가 각 시·도당위원회에 핵심당원 교육용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왜 이재명인가’라는 제목의 이들 자료에는 이 후보의 장점을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일하는 대통령’, ‘국민 갈등을 최소화할 통합 대통령’ 등 8가지 이유로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 밖에선 “이달 25일까지 민주당 의원들 SNS를 전수조사해 (활용률) 하위 80위를 공개하겠다”(팟캐스트 ‘나꼼수’ 출신 김용민씨) 등 이 후보 관련 홍보 활동을 늘리라는 주문까지 나왔다.

책 『인간 이재명』을 주변 의원들에 나눠줬다는 기동민 의원(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은 “이 후보에 대해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며 “해당 책이 후보를 좀 더 깊이 있게 파악하기 위해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주변에 널리 권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원내에 이 후보를 잘 아는 사람이 너무 부족하다”며 “의원들을 앞세운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당이 나서서 후보에 대한 공부를 압박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자연스러운 결합이 아니라, 후보에 대한 홍보를 당이 채근하는 모습에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의원들 마음을 모아나가는 것도 결국 후보가 해야 할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 외부에선 ‘공부 열풍’을 두고 “이재명 유일체제. 북조선스럽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비아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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