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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확진자 첫 4000명 돌파, 일상회복 ‘사각지대’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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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최근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을 처음 돌파하면서 지난 1일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부겸 국무총리. 최근 신규 확진자가 4000명을 처음 돌파하면서 지난 1일 시작된 단계적 일상회복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완화 와중에 정부 대책 구멍 많아  

부스터샷 서두르고 방역패스 확대하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제 4115명이나 나오면서 처음 4000명 선을 돌파했다.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 실험에 들어갈 때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증가세가 우려스럽다. 당초 설정한 대로 12월 중순에 일상회복 2단계로 들어가려면 최근의 확산 추세를 확실하게 진정시켜야 한다.

사실 지난달까지 2000명 안팎이던 하루 확진자가 4000명 선까지 치솟은 것은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확진자 증가라는 현상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는 정부의 준비와 대응이 기대만큼 촘촘하지 못해 여기저기 사각지대가 많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일상회복으로 가기 위해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대폭 완화한 조치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방역 조치 완화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대비는 부족했다. 지난달 23일 백신 접종률이 당초 예측보다 10여 일 일찍 70%를 달성하자 방역 당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측면이 있다. 확진자가 연일 3000명 선으로 증가한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방역의 성공을 또다시 내세웠는데 타이밍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위중증 환자의 병상 확보와 사망자를 줄일 대책이 미흡했다는 데 있다. 어제 기준 위중증 환자는 586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서울·경기·인천의 중증환자 병상 가동률은 83%로 뛰었다. 위드 코로나 일시 중단을 의미하는 비상계획조치 발동 기준인 75%를 훌쩍 넘어 수도권의 방역 의료체계는 마비 직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무슨 이유인지 감염병 전문가들이 하루 신규 중증환자 발생 통계를 공개하라고 촉구해도 계속 감추고 있다.

백신 대책도 여전히 허술하다. 정부는 79%로 높아진 접종률 통계만 자랑하지 말고 통계의 허실을 살펴야 한다. 화이자 백신보다 항체 형성 비율이 현저히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상반기에 일찍 맞은 고령층의 면역력이 급속히 떨어져 돌파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은 고령자 비율이 겨우 7.5%인데, 한 박자 늦었지만 이제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

지금 같은 느슨한 대응으로는 하루 확진자가 50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일이 커진 뒤에 오락가락 허둥대지 않으려면 철저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오늘 비상계획 발동 여부 등 대책을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방역패스 단계적 확대, 백신 미접종자 모임의 인원 제한 등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의 고통을 고려하면서 국민의 방역 경각심을 다잡아야 한다. 단기 조치도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일상회복으로 가는 튼튼한 징검다리를 놓을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