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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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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스포츠 우먼 파이터 ②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사업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관련사업에 대한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중앙포토]

정애란(41)씨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10㎞를 달린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달리기는 정씨의 가장 중요한 일과다.

정씨는 2018년 11월 후배의 권유로 JTBC 서울 마라톤 대회 10㎞ 코스에 참가했다가 달리기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이듬해엔 겁도 없이 JTBC 마라톤 풀코스(42.195㎞) 참가를 신청했다”며 “완주를 목표로 그해 8월부터 집 근처 공원 축구장 바깥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바퀴씩 횟수를 늘려갔다”고 했다. 정씨는 결국 3개월 만에 42.195㎞를 완주했다.

김주연(39)씨는 두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느라 운동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퇴근 후 육아에 매달리다 보면 운동할 시간도, 의지도 사라지는 ‘워킹 맘’의 현실에 시달렸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유독 높아진 걸 확인한 그는 지난해 11월,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문을 두드렸다.

김씨는 1년 넘게 오후 9시부터 매일 50분씩 운동을 하고 있다. 월·수·금요일은 요가, 화·목요일은 줌바댄스를 한다. 남편이 늦게 퇴근하는 날엔 아이들만 집에 두고 나가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들도 건강하다”는 의지로 운동복을 챙겨입는다.

이경아(50)씨는 럭비 선수인 아들이 고교 3학년이던 2018년 운동을 시작했다. 수험생 뒷바라지에 온 신경을 쏟느라 여기저기가 아팠다. 이씨는 “스트레스 탓인지 소화불량, 두통, 만성 피로가 동시에 왔다. 부종도 심했다”고 떠올렸다. 이씨는 최고의 해결책을 찾았다.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주 3회씩 스피닝과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다. ‘엄마의 삶’과 ‘교사의 삶’으로 양분됐던 하루의 일부를 온전히 자신을 위해 쏟기 시작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는 이 세 명의 여성은 모두 “꾸준히 운동한 뒤 삶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달라졌다”고 했다. 김씨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엔 몸이 무거웠는데, 지금은 전반적으로 활력이 생겼다. 함께 줌바댄스를 하는 회원들과 서로 응원하며 운동하다 보면, 힘도 나고 인간관계도 확장된다”고 했다.

정씨는 ‘아침에 10㎞씩 뛰면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답은 그 반대다. 그는 “뛰지 않은 날이 더 피곤하다. 새벽 달리기는 내게 남은 하루를 잘 달리기 위한 신체적·정신적 의식과 같다”며 “하루 10㎞씩 총 3650㎞를 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일 꾸준히 목표를 실천하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이 다른 일을 할 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운동 후 이런저런 통증이 사라지면서 나 자신이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해야 가족과 직장 구성원에게도 행복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인데, 나 자신과 약속을 지켰을 때의 성취감이 자신감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건강한 가정과 사회는 구성원의 건강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 등을 거치는 성인 여성들은 오랜 시간 생활 체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한체육회는 올해 18세 이상의 임신·출산·육아·갱년기 여성과 다문화가정·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 체육 활동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환경적 혹은 신체적 요인 탓에 꾸준히 운동에 참여할 수 없던 여성들에게 맞춤형 체육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의도다.

정씨는 “어두컴컴한 새벽에 혼자 달리는 건 여성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 아침에 달리기하러 나갈 때면 아파트 보안요원이 ‘걱정된다’는 말도 하셨다”며 “다행히 내가 달리는 공원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이지만, 기타 지역에서 여성이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대책이 더 강화되고 보완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엘리트 종목에 비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체육 종목은 한정된 것 같다.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종목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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