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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 정상회의에 대만 초청…중국 “불장난 땐 타죽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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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음 달 9~10일 미국 주도로 개최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대만(Taiwan)이 공식 초청됐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밤늦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된 110개국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은 초청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에 대만과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명단에 들어갔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을 행사에 포함한 것은 미 행정부가 내린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일 수 있다”며 “소수의 국가만 대만을 주권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중국의 강한 분노를 각오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민주주의 진영 모임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규합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겠다는 취지의 행사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회의에서 “권위주의에 맞서고 부패에 맞서 싸우며 인권 존중을 촉진한다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단 공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한 지 일주일 만이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레드라인이 시험대에 오르면 단호한 조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경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대만독립세력’과 같이 불장난하면 끝내 제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오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16일 회담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관용구와 같은 뉘앙스다.

스인훙(時殷弘) 런민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하는 문제를 모호하게 언급해 왔다”며 “(초청을 강행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여주며,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환영했다. 대만은 이번 회의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대신 ‘천재 해커’ 출신의 성 소수자인 탕펑(唐鳳·40·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을 보낸다. 차이 총통 대신 탕 정무위원이 참석하는 것은 양안(兩岸) 갈등이 위험 수위까지 오른 가운데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만의 위상을 홍보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대만이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페이스북에 미국과 대만 간 ‘제2차 경제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 결과를 소개하면서 행사 사진을 올렸는데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표’ 옆에 ‘주미 대사’라는 설명을 달았다.

미국과 대만 간에는 공식 외교관계가 없기 때문에 샤오 대표의 공식 직함은 주미 타이베이 경제문화대표처 대표다. 그런데 차이 총통이 대외적으로 샤오 대표를 ‘대사’라고 부른 것이다. 앞서 샤오 대표는 지난해 9월 트위터 계정에서 프로필을 ‘주미 대만대사(Taiwan Ambassador to the US)’로 바꿨다.

이 같은 명칭 변경 움직임과 관련, 최근 동유럽 국가 리투아니아가 신설된 대만 공관에 ‘타이베이 대표처’가 아닌 ‘대만 대표처’라는 명칭을 쓰도록 허용하자 중국은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사대리급으로 강등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미국 역시 ‘대만 대표처’로 이름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9월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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