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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꺄 재밌어!" 유희열도 극찬…클래식 '스우파' 대니 구

중앙일보

입력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1년 겨울 대한민국에서 핫한 바이올린 연주자를 꼽는다면 대니 구(Danny Koo)를 빼놓을 수 없다. JTBC 예능 ‘슈퍼밴드’에서 심사위원이었던 아티스트 유희열과 윤종신이 “밝은 청년인데 실력까지 뛰어나다”며 극찬했던 연주자다. 성악가 조수미 씨는 대니 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코믹 연주 영상을 보고 “꺄!!! 넘 재밌어!! 역쉬!!”라는 댓글을 직접 달기도 했다. 25일엔 서울숲 재즈페스티벌 공연, 26일엔 음원 공개, 다음달 26일엔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눈코뜰새 없이 바쁜 그를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났다. 예술의전당은 그가 좋아하는 장소로 여러 번 언급했던 곳이기도 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걸어가거나 잠시 휴식하는 중간에도 그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렸다. 예의 그 ‘밝은 청년’ 이미지를 맘껏 발산했다. 인터뷰 장소에서 갑자기 코피가 터진 이를 보고 벌떡 일어나 제일 먼저 물과 휴지를 가져다주며 “괜찮으세요?”라고 기민한 대처를 한 인물도 그였다. 인터뷰 중간에 가장 많이 한 말은 “나이스(Nice)!” 덕분에 주변까지 밝아지는 에너지가 강렬했다.

대니 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과 캡처 사진. 조수미 씨의 댓글도 보인다. [인스타그램 캡처]

대니 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오징어 게임' 패러디 영상과 캡처 사진. 조수미 씨의 댓글도 보인다. [인스타그램 캡처]

1991년생인 그는 동갑내기 미국 유학생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나고 자란 곳이 미국이라 영어가 편하지만 “한국어로 소통하고 싶다”며 인터뷰에서도 한국어를 더 많이 썼다. 그런 그가 바이올린을 잡은 건 외삼촌 덕분. 그는 “부모님이 바쁘셔서 외삼촌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비올리스트여서 악기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며 “부모님께 나도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다”고 말했다. 그렇게 활을 처음 잡은 게 6세. 하지만 전공을 결심한 건 16세 때다. 전공 결심은 늦었지만 명문 뉴잉글랜드 컨서바토리에서 ‘인생의 멘토’를 만나며 성장을 거듭한다. 도널드 웨일러스타인이라는 할아버지 교수님이 대표적이다.

그는 “내가 바이올린 활을 너무 타이트하게 누르고 있으면 선생님은 내게 ‘대니, 저 창밖에 새가 한 마리 있는데 그 새가 너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해봐, 좀 더 부드럽게 연주해볼까’라고 티칭을 주셨다”며 “너무 특이했고,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웨일러스타인 교수가 그의 지도를 맡게 된 것은 그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의 말을 옮긴다.

“선생님을 보자마자 짱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와 이 선생님한테 배워야겠어. 저는 누구에게 다가가고 싶으면 그냥 다가가는 스타일이에요. 그냥 들이대요.”  

진중한 모습을 선봬다가도, 이내 장난스럽게 V자를 그리기도 한다. 임현동 기자

진중한 모습을 선봬다가도, 이내 장난스럽게 V자를 그리기도 한다. 임현동 기자

임현동 기자

임현동 기자

그런 그가 사람 부자인 건 우연이 아니다. 비올리스트인 리처드 용재 오닐부터 수빈 김까지, 다양한 선배 연주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에게 만남을 청했고, 그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 그는 “좋은 멘토가 많았다”며 “이렇게 과분한 기회들이 계속 생기다니 신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ED강연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클래식 그룹 ‘디토’ 무대 등까지 반경을 꾸준히 넓혔다. 17세기 태생인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당시의 밥 딜런”이라고 쿨하게 설명하는 그의 TED 강연은 큰 인기를 끌었다.

‘슈퍼밴드’는 그런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돼줬다. 훌륭한 연주자는 적지 않지만 대니 구의 특장점은 유연성과 확장성이다. ‘슈퍼밴드’ 출연부터 그랬다. 정통 클래식 연주를 중시하는 이들은 대중음악 중심인 이 프로그램 무대에 출연하는 것을 말렸다고 한다. 그는 “바이올린도 쿨할 수 있다, ‘스우파’처럼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고집이 있었다”고 말했다. ‘백 댄서’로 불리며 무대 뒤에 섰던 댄서들을 전면으로 끌어낸 엠넷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 얘기에 그는 눈을 반짝였다. 클래식 계의 ‘스우파’가 되고픈 셈이다.

JTBC 슈퍼밴드 무대. 대니 구에겐 큰 도전이자 전환점이다. [중앙포토]

JTBC 슈퍼밴드 무대. 대니 구에겐 큰 도전이자 전환점이다. [중앙포토]

가장 기본은 그러나 노력이다. 그는 “매일 아침 적어도 1시간 30분 연습을 하고 또 별도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께름칙해서 견딜 수가 없다”며 “연습은 나와의 약속인데 그걸 못 지키면 안 되지 않나”고 말했다. 노력은 그러나 그에게 하기 싫은 걸 꾹 참고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사랑을 하면 더 잘하고 싶고, 그러려면 노력을 할 수 밖엔 없죠. 그렇게 노력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예술에 대한 사랑, 그 자체가 재능인 거 같아요.”  

꿈도 많다. 명동성당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하는 것부터 노래와 편곡, 나아가 작곡 작사까지 다양하다. 그는 “악기 연주부터 노래에 작곡까지 해내는 한국의 쳇 베이커 또는 한국의 존 레전드가 되고 싶다”며 “BTS부터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의 문화가 전 세계적인 조명을 받는 지금, 한국의 클래식 음악도 세계로 더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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