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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 없는데 이사?"…이재명 떠난 뒤 더 커진 공공기관 이전 혼란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상권진흥원은 다음달 6일 양평군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직원 대부분이 주거지를 구하지 못했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합리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상권진흥원은 다음달 6일 양평군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직원 대부분이 주거지를 구하지 못했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집 구하기 애플리케이션을 검색한다. 쉬는 날엔 경기도 양평군의 공인중개사무소를 돌며 발품을 팔고 있다. 당장 머무를 집을 구하기 위해서다. 수원시에 있던 시장상권진흥원이 다음 달 6일 양평군으로 이전하기 때문이다.

A씨가 부모님과 사는 수원집에서 시장상권진흥원이 이전하는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까지는 차로 1시간 30분 이상 걸린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3시간 넘게 이동해야 한다. 출·퇴근에 3~6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자 그는 전·월셋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집 구경도 못 했다”고 했다. A씨는 “‘원룸이 하나 나왔다’는 연락을 받아서 다음날 방문하기로 일정을 잡았는데 몇 시간 뒤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고 하소연했다.

이재명 추진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한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일부 기관의 직원 상당수가 이전지에 집을 구하지 못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이전이 결정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은 총 15곳이다. 신생 기관인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김포)과 경기교통공사(양주)를 제외한 13곳이 수원시에서 경기 동·북부지역으로 이전한다.
경기도농수산물진흥원이 25~26일 광주시로, 이어 시장상권진흥원이 다음 달 6일 양평군 양평읍 공흥리의 한 건물에 입주한다.

지난 6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 6월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업무 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문제는 경기도가 “기관 이전 지역으로 이주해야만 이주비를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거다. 그것도 “매달 60만원씩, 1년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당장 시장상권진흥원 소속 직원들이 난색을 표했다. 이전 대상 직원 56명 중 50여 명이 A씨처럼 매물이 없어서 양평군에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양평읍에 있는 크라운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원래 양평이 전·월세 물건이 많지 않은 곳인데 부동산 풍선 효과로 이주하는 사람들도 늘고, 아파트 등 주변 공사 현장 인력까지 몰리면서 얼마 되지 않던 빌라·원룸 매물이 모두 소진돼 매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상권진흥원의 한 직원은 “농수산물진흥원이 이전하는 광주시는 교통도 편리하고 수원에서 1시간 거리에 있어 출퇴근이 가능하지만, 양평군은 상황이 다르다”고 하소연했다.

"매물이 없는데 이전하라니“ 노조 반발   

직원들의 문제 제기에 시장상권진흥원 노조는 지난 7월 양평군 부동산 거래 매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매물이 현저하게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경기도에 ‘양평군 접경지역으로 거주지를 이전할 경우에도 이전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도는 “양평군 인접 지역으로 이주하는 직원은 지원비의 50%만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한시적으로 출·퇴근용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면서“셔틀버스를 이용할 경우 이주비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시장상권진흥원의 노조는 24일 오전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균형발전이라는 경기도의 대의에 따라 본원 이전에 일부 수긍했으나, 대책이나 대안 없이 맹목적으로 거주지를 이전하라고 요구하는 경기도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5~12일 열린 경기도 행정 사무감사에서도 도의원들은 “이전 기관 직원들의 이주·정주 여건 등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잇따라 지적했다. 당시 최원용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이주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부분은 상호 협력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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