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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마지막 외식집…화재로 사라진 을지로 터줏대감 '양미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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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양미옥을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양미옥을 방문한 모습. [중앙포토]

#숯불화로에 석쇠를 놓고 양대창을 올린다. 양대창이 살짝 익으면 가위로 한입크기로 잘라 줄을 세운다. 지방이 지글지글 녹으면서 고소한 냄새가 솔솔 올라온다. 이집에서 양대창을 먹을 땐 인내심이 필요하다. 속까지 잘 익히려면 꽤나 오랜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굽던 양대창을 다시 접시로 옮겨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뒤 다시 구워 한참을 익힌 뒤에야 입속에 한점 넣어볼 수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포거리를 오랜 시간 지켜온 대표 맛집 중 한 곳인 '양미옥'이 지난 23일 화재로 불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50분쯤 2층 계단 부근에서 연기와 불꽃이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소방인력 167명과 소방차 42대 등이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완전히 전소해 건물이 무너졌다.

[tvN 캡처]

[tvN 캡처]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양미옥'. [중앙포토]

서울 중구 을지로3가 '양미옥'. [중앙포토]

1992년 개업한 양미옥은 오랜 시간 '맛집'으로 사랑받아온 곳이다. 대표메뉴는 양대창구이. 양대창에 양념을 묻혀 굽는 '경상도식 양곱창요리' 바람을 서울에 일으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미식가로 소문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 180회 넘게 찾을 만큼 단골이었다고 한다. 특히 김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2005년 결혼 43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찾았고,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외식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여사는 자서전 『동행』을 통해 "양은 기름기가 없고 소화가 잘돼 남편이 무척 좋아한다"며 "을지로의 양미옥에 자주 가는데, 신문에 나게 돼 우리가 광고해준 격이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식당 입구엔 김 전 대통령과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가 방문해 식당 주인 부부와 찍은 기념사진이 걸려있다. tvN '수요미식회'도 지난 2019년 이 식당에 대해 '쫄깃쫄깃 신선한 양대창 구이집'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식당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의 한 식당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한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인근 한 식당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도 있었다. 2019년 서울시가 '세운상가 재정비 촉진계획'을 발표하며 철거위기를 만난 것이다. 을지로 일대 노포와 공구상가를 헐고 이 자리에 주상복합 건물을 세운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반발이 거세졌다. 결국 개발계획을 접고, 시는 양미옥 등 주변 가게를 '생활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키로 했다.

한편 이날 사고로 양미옥 1·2층이 모두 불에 타고 인접 건물 2층에도 옮겨붙어 전소했다. 식당 1·2층에 있던 직원·손님 등 총 84명이 대피했다. 다행히 찰과상 1명, 머리 그을림 1명 등 경미한 부상 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소방당국은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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