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럼]'규제' 총 21차례 언급…누가 돼도 ‘규제 대못’ 뽑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6:24

업데이트 2021.11.24 22:32

“금지하는 것 외에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고 사후에 필요하면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정부의 개입으로, 공무원의 명령과 지시로 경제 강국이 될 수 없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한 여야 대선후보는 이구동성으로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여야 대선후보뿐 아니라 재계 인사들도 한목소리로 규제 혁신을 당부했다. 참석자들은 미중 패권 전쟁·팬더믹·기후 변화라는 달라진 대외 환경 속에서 저출산·청년고용·양극화 등 국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4차 산업 혁명을 중심으로 한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규제 혁신’을 제시한 점도 같았다. 그 결과, 여야 대선 후보와 재계 인사들의 환영사에는 ‘규제’라는 단어가 21차례 언급됐다.

 2021 중앙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021 중앙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특히 이 후보의 경우 13번이나 ‘규제’라는 단어를 거론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는 관료와 전문 공무원이 민간인보다 앞선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는 민간 영역이 훨씬 더 능력이 뛰어난 게 현실이 됐다”며 “허용해서는 안 될 위험한 요인을 정해주고 그 외에는 자유롭게 활동하되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후보는 “효율과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는 당연히 철폐하고 완화돼야 하겠지만 경쟁 효율을 강화하는 규제는 확대하는 게 맞다”며 이를 ‘규제 합리화’라 명명했다.

윤 후보 역시 “민간이 주도하는 혁신만이 우리 경제의 살 길”이라며 “자유와 자율의 기반 하에 민간이 혁신의 주체가 되고, 정부는 혁신 활동의 장애를 없애기 위한 행정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여기에 대학이 혁신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의 개혁, 혁신을 지원하는 세제 시스템과 연구 개발 체제의 구축, 혁신을 지원하는 혁신지원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들을 정부가 빠짐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의 기조연설에 앞서 열린 개회사·환영사에서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역시 규제 혁신을 당부했다. 홍 회장은 “혁신 기업의 창업과 기존 기업의 도약을 촉진하는 대담한 경제 정책, 산업 정책이 나와야 우리 사회의 중산층이 확대된다”며 “첨단 과학 기술이 비즈니스와 융합하고,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가 철폐되도록 정부와 공공부문의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더 이상 우리 기업만 낡은 규제들로 인해 발목을 잡힐 수는 없다”며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와 각종 제도를 과감히 혁신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규제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규제 혁신이 필수적이란 판단에서다. 이 후보는 “규제 합리화의 토대 위에서 경제 주체들이 자유롭게 창의와 혁신을 통해서 성장·발전하게 되면 우리 사회 경제 전체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지금의 침체한 경제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개인의 자유와 창의가 바로 미래를 여는 열쇠이고, 집단적 사고와 획일의 강요는 미래를 닫는 자물쇠”라며 “혁신이 투자의 증가로 연결되고, 투자의 증가가 일자리로 연결돼 함께 돌아가는 바퀴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 20대 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왼쪽부터)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중앙포럼: 20대 대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李 “사후 규제 도입” , 尹 “민간이 혁신 주체”

이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기업에 닥친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손 회장은 “오늘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글로벌 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토대로 반도체·바이오·2차전지·메타버스 등의 분야에서 혁신을 도모하며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며 “정부가 강한 규제개혁 의지를 가지고 혁신과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금은 디지털 전환 시대이고, 탄소 중립 시대이며 G2(미·중)가 헤게모니 경쟁을 하는 시대”라며 “우리 경제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진입했다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이제는 게임의 양상이 달라졌다. 여태까지 우리가 축구를 해서 10대 강국이 됐다면 이제는 수영을 해야 하는, 아예 다른 종목이 펼쳐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산업 대전환기에 바람직한 민관의 관계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최 회장은 ‘퍼블릭 프라이빗 파트너십(PPP·민관 협업)’을 제안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리드하고 기업이 따라가는 형태의 민관 협업 구조가 이어져 왔다”며 “국가 간 경쟁에서는 민간의 문제 상황이 정부에 잘 전달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부터 문제 해결까지 민관이 같이 고민을 해서 해법을 내놓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 역시 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규제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전봇대 규제’, 박근혜 정부 시절엔 ‘손톱 밑 가시’, 문재인 정부에선 ‘붉은 깃발’ 등으로 불리며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해왔다. 이날 공약 토론에 참여한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는 10년을 이야기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서간 많은 분별이 있어 기업들의 애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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