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끝내 대만 불렀다…中외교부 "불장난 땐 타죽어" 경고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6:02

업데이트 2021.11.24 19:1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연설했다. [AP·신화=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연설했다. [AP·신화=연합뉴스]

다음 달 9~10일 미국 주도로 개최되는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에 대만(Taiwan)이 공식 초청됐다. 미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밤늦게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된 110개국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예상대로 러시아와 중국은 초청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에 대만 이외 러시아의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명단에 들어갔다.

대만, 차이 총통 대신 성소수자 정무위원 참석

블룸버그통신은 “대만을 행사에 포함한 것은 미 행정부가 내린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일 수 있다”며 “소수의 국가만 대만을 주권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중국의 강한 분노를 각오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걸었던 민주주의 진영 모임이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규합해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겠다는 취지의 행사다. 앞서 백악관은 이번 회의에서 “권위주의에 맞서고 부패에 맞서 싸우며 인권 존중을 촉진한다는 세 가지 주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명단 공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6일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한 지 일주일 만이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레드라인이 시험대에 오르면 단호한 조치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경고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대만독립세력’과 같이 불장난하면 끝내 제가 지른 불에 타 죽을 것(引火燒身)”이라고 경고했다. 자오 대변인의 발언은 지난 16일 회담에서 시 주석의 “불장난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玩火者必自焚)”라는 관용구와 같은 뉘앙스다.

같은날 중국 국무원의 대만 판공실 주펑롄(朱鳳蓮) 대변인도 “우리 정부는 ‘중국의 대만 지역’과 미국 간 어떠한 공식 교류도 반대한다”며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중국의 H-6 폭격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정부가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중국의 H-6 폭격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정부가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대만은 기꺼이 초청에 응했다. 다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대신 '천재 해커' 출신의 성 소수자(트랜스젠더)인 탕펑(唐鳳·40·영어명 오드리 탕) 디지털 정무위원을 보낸다.

총통부 장둔한(張惇涵) 대변인은 24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을 ‘민주주의 서밋’에 초대해 감사하다”며 “탕펑 행정원 정무위원과 샤오메이친(蕭美琴) 주미 대만 대표처 대표가 참석해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대만의 굳센 신념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 정상회의에 응하되 차이 총통의 참석은 배제함으로써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모양새를 취했다. 미국과 대만이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스인훙(時殷弘) 베이징 런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간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을 초청하는 문제를 모호하게 언급해왔다”며 “(초청을 강행한 것은)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보여주며,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대만의 ‘경제 번영 파트너십 대화(EPPD)’ 개최 하루 전날인 21일에는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H-2 폭격기 등 군용기 9대를 띄워 무력 시위를 벌였다. 비슷한 시기 대만 대표처를 설치한 북유럽의 리투아니아에 대해선 외교 관계를 대사급에서 대사대리급으로 격하시키는 등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국무부가 공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자 명단에는 정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인 터키와 헝가리는 빠졌다. 반면 민주주의가 후퇴했거나 부진하다고 평가 받아 온 브리질과 파키스탄 등은 포함됐다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 정부로서도 참석자 선정이 쉽지 않았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민주주의의 모양새에 딱 들어 맞는 국가들만 모았다기보다, 이번 행사 자체가 미국 주도 질서를 확장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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