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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확산, AZ 접종률 낮은 탓"…논란된 소리오 CEO 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오 최고경영자(CEO)가 "유럽의 코로나19 재확산은 이 지역 고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소리오 CEO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널리 사용한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적은 상황을 근거로 이런 주장을 폈지만, 의학계에선 "국가별로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차이가 나는 현상을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는 반박이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AP=연합뉴스]

"아스트라 백신, T세포 반응 더 활성화" 

소리오 CEO는 이날 B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상황은 정말 흥미롭다. 감염자가 확 늘어도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입원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층에 접종했지만, 유럽은 고령층에 별로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종주국인 영국은 이 백신을 고령층 중심으로 널리 사용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효능과 혈전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백신의 접종 연령을 제한하거나 접종을 중단하는 식으로 비중을 줄여갔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FT에 따르면 23일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영국은 10만 명당 12명인 반면, 오스트리아는 10만 명당 28.7명에 이른다. 소리오 CEO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선 항체뿐 아니라 T세포가 중요한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의 T세포 반응을 더 높은 수준으로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T세포 면역은 항체와 더불어 백신을 맞으면 나타나는 반응이다. 항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달라붙어 세포 속으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 모양에 변이가 일어나면, 항체의 방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T세포는 바이러스가 항체를 뚫고 침투해 감염시킨 세포를 골라 직접 제거한다. 즉 항체는 바이러스의 세포 안 침투를 막아 감염을 차단하고, T세포는 항체가 뚫려 감염된 세포를 죽여 위중증으로 번지는 걸 막는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엘리너 라일리 교수는 "임상 시험 데이터를 살펴보면 접종 초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 백신)보다 높은 수준의 T세포 반응을 유도한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입원과 사망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소리오 CEO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단일 원인 찾지 마라" "화이자와 T세포 반응 비슷"   

하지만 소리오 CEO의 주장에 대해 의학계에선 부정적인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대니 알트만 교수는 "국가마다 감염 상황에 차이가 나는 원인을 단일 요인에서 찾는 건 무모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옥스퍼드대의 매튜 스네이프 교수는 "1회 접종 후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 백신보다 더 높은 T세포 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회 접종 직후엔 두 백신의 T세포 반응 정도가 매우 비슷했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랜스 터틀 박사는 "현재로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T세포 반응이 더 나타나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이를 알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런던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일 사람들로 북적이는 런던 거리. [로이터=연합뉴스]

가디언은 국가별로 코로나19 감염률과 입원율 등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해제된 시기와 정도, 변이 출현, 시간에 따른 백신 효능 감소, 백신 접종 간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3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로 인한 유럽 내 누적 사망자가 내년 3월까지 220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유럽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150만 명으로,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70만 명의 추가 사망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WHO는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의 제한 조치 완화,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확산, 불충분한 백신 접종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스 클루주 WHO 유럽사무소 소장은 "'백신 플러스'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면서 "백신 접종과 함께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손 씻기, 환기 등의 방역 규칙을 병행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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