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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종에 밀린 ‘멸종위기’ 양비둘기, 연천서 80여마리 서식 확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멸종위기종인 양비둘기의 모습. 흔히 볼 수 있는 외래종 집비둘기와 외견상 거의 비슷하지만 꼬리 띠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인 양비둘기의 모습. 흔히 볼 수 있는 외래종 집비둘기와 외견상 거의 비슷하지만 꼬리 띠 색깔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사진 국립생태원

외래종인 집비둘기에 밀려난 '멸종위기' 양비둘기가 기존에 알려진 전남 구례군뿐 아니라 경기 연천군에서도 집단 서식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연천 임진강 일대에만 양비둘기 80여 마리가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곳에서 살아가는 텃새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 새로 정착한 모습도 처음 포착됐다.

양비둘기는 198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흔히 볼 수 있던 토종 야생비둘기다. 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집비둘기와 경쟁, 잡종화 등으로 개체 수가 빠르게 줄면서 2017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현재 전남 구례ㆍ고흥 등에 60여 마리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흥 지역엔 원래 30마리 가까이 살았지만, 지금은 한 마리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한다. 앞서 국내서 확인된 양비둘기 대부분은 구례에 서식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집비둘기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꼬리 띠를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강승구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두 종은 일종의 사촌지간이라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 때문에 양비둘기를 보호하는 데도 애로 사항이 있다"면서 "다만 외모상으로 가장 큰 차이는 꼬리에 있는 띠다. 양비둘기 꼬리 중앙엔 두꺼운 하얀색 띠가 있어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연천군 임진강 주변에서 무리 지어 먹이를 먹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경기 연천군 임진강 주변에서 무리 지어 먹이를 먹고 있는 양비둘기. 사진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연구진은 이러한 양비둘기의 전국 서식 범위 조사에 나섰다. 올해 3~8월 연천 임진강 민통선 접경 지역을 정밀 조사한 결과 새로운 번식지 3곳(교각 2곳, 댐 1곳)을 발견했다. 양비둘기 80여 마리가 여기에 살고 있었다. 최소 2~3마리에서 최대 30여 마리까지 무리 지어 생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낮에는 임진강 주변 물가나 풀밭에서 먹이를 찾고, 밤에는 교각 틈ㆍ구멍 등을 잠자리로 이용했다.

연구진은 연천 양비둘기의 서식 범위를 파악하기 위해 무리 중 한 마리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 이를 분석했더니 양비둘기가 북한 지역으로 이동해 정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으로 이동한 개체는 올해 5월 부화한 어린 양비둘기다. 연천 번식지 주변에 머무르다 8월 21일 북한 강원도 김화군 임남댐 인근 서식지까지 약 70km를 이동했다. 그 후 이달 3일까지 같은 곳에서 계속 서식했다.

연천 서식 양비둘기의 이동 경로. 자료 국립생태원

연천 서식 양비둘기의 이동 경로. 자료 국립생태원

텃새인 양비둘기의 지역 간 이동에 대해선 지금까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철 따라 이동하는 철새와 달리 텃새는 한 장소에서 휴식ㆍ번식지, 먹이터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이번 연구를 통해 원서식지를 떠나 새로운 서식지에 정착한 모습이 처음 확인됐다. 지역 간 이동을 거쳐 다른 집단과 교류할 거라는 추정을 명확하게 증명한 셈이다.

강승구 선임연구원은 "양비둘기 습성상 무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한 마리만 이동했을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이들 무리가 서식지를 옮긴 이유는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나는 자연스러운 경향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국립생태원은 앞으로도 양비둘기 보전ㆍ관리를 위한 전국 서식 범위 조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조도순 국립생태원장은 "이번 연구 결과가 멸종위기종인 양비둘기의 서식지ㆍ개체군 보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고 본다. 앞으로도 양비둘기의 성공적인 복원을 위해 관련 연구에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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