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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여배우들 드라마서 퇴출..앵커는 이슬람식 히잡 써야”

중앙일보

입력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서부 헤라트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서부 헤라트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들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집권 2기를 맞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성의 TV 출연을 제한하는 종교적 지침을 발표했다고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윤리부(Ministry of Vice and Virtue)를 통해 “이슬람 또는 아프간의 가치에 위배는 모든 미디어를 금지하는 것”을 포함한 9가지 종교적 규칙을 이번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의 이번 발표는 표면상 언론에 관한 지침이지만, 실상은 여성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새 지침은 “여성들이 연기를 해왔던 드라마들 또는 프로그램들이 방영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여성 배우들을 TV에서 퇴출하겠다는 의미다. 방송 앵커 등 여성 언론인들의 경우 “이슬람식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만으로는 ‘이슬람식 히잡’ 등 모호한 내용이 많아 보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탈레반 집권 1기(1996~2001년) 때 여성들은 얼굴을 비롯한 전신을 덮는 형태의 부르카를 입어야 했다. 지금도 아프간 여성들은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를 착용하고 다니기 때문에 ‘이슬람식 히잡’ 또한 과거처럼 극단적 형태의 가리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국제 인권 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아프간의 여성 앵커 베헤시타 아르간드(24)가 지난 8월 탈레반의 카불 접수 직후 톨로뉴스에서 탈레반 대변인을 인터뷰한 모습. [유튜브 캡처]

아프간의 여성 앵커 베헤시타 아르간드(24)가 지난 8월 탈레반의 카불 접수 직후 톨로뉴스에서 탈레반 대변인을 인터뷰한 모습. [유튜브 캡처]

패트리시아 고스먼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국장은 성명을 내고 “언론과 예술 분야에서 아프간 여성들을 향한 규제에 반대할 여지가 사라진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8월 15일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다수의 언론사들이 문을 닫았다. 2001년 탈레반 1기가 무너진 이후 20년 간 서방의 영향으로 아프간 전역에는 수십 개의 TVㆍ라디오 채널이 설립됐다.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자유 분방한 프로그램, 연속극도 방영됐다.

탈레반 2기가 도래하면서 여성 배우·언론인들은 나라를 떠났거나 대부분 집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시사 주간지 더 타임은 지난 9월 기준 수도 카불에 남아 있는 여성 기자들이 39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8월 탈레반의 카불 접수 직후 탈레반 대변인과 일대일 인터뷰를 했던 톨로뉴스의 여성 앵커 베헤시타 아르간드(24)도 같은 달 아프간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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