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고 맛없다" 황교익발 '닭 전쟁'…농진청 답변은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1:45

업데이트 2021.11.30 16:12

농진청 "42일 키운 닭이 30일보다 감칠맛 성분 더 많아" 

"한국은 통닭·삼계탕을 좋아해 작은 닭을 선호한다. 부분육 소비 증가 추세 및 수출 확대 등을 위해선 대형 육계 생산을 확대할 필요는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없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농촌진흥청이 24일 중앙일보에 밝힌 답변이다.

황씨는 지난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국립축산과학원은 1.5㎏ 작은 닭이 3㎏ 닭보다 맛없고 고기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황교익씨는 지난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국립축산과학원은 1.5kg 작은 닭이 3kg 닭에 비해 맛 없고 고기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황교익씨는 지난 22일 본인 페이스북에 "국립축산과학원은 1.5kg 작은 닭이 3kg 닭에 비해 맛 없고 고기 무게당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농업연구관이 쓴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다.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농진청 연구 수행 결과…양계협회 잡지 기고"

이에 대해 농진청은 "해당 기고는 대한양계협회가 발행하는 '월간양계' 2015년 2월호에 실렸다"며 "'월간양계'에서 '2015 양계정책 및 경쟁력 강화 방안' 특집란에 게재할 목적으로 2014년 말 원고 청탁이 있어 (최 연구관이) 농진청이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를 작성해 2015년 1월 송부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한국 닭이 작고 맛없다'는 황씨 주장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황씨가 근거로 든 최 연구관의 기고에는 '30일 키운 닭보다 42일 키운 닭이 풍미와 감칠맛과 관련된 지방과 이노신 등 성분이 더 많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최 연구관은 기고에서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닭고기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러시아·일본·중국 등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며 "그런데도 이들 나라에 수출할 수 없는 것은 세계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1.5㎏ 정도의 소형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30일 키운 닭고기의 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0.12%였으나 42일을 키웠을 때 0.46%로 3.8배가 늘어난다"며 "지방이 불필요하게 높을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지방은 고기의 풍미와 감촉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미료 원료로 쓰이는 맛 물질 글루타민산은 대형 닭에서 0.78% 높다"며 "핵산 물질인 이노신(Inosine)은 감칠맛과 관련이 있으며 30일 키운 닭에서 이 성분은 121mg/100g이었으나 더 크게 키웠을 때 131mg/100g으로 8% 정도 증가했다"고 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 없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댄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대해 농촌진흥청이 중앙일보에 보낸 답변서. 사진 농진청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한국 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맛 없다는 건 객관적 사실이며 정부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댄 국립축산과학원 자료에 대해 농촌진흥청이 중앙일보에 보낸 답변서. 사진 농진청

농진청 "부분육 소비 증가…대형육계 생산 필요"

황씨가 주장하는 대형 육계 생산에 대한 농진청의 입장은 뭘까. 농진청도 "대형 육계 생산은 국내 부분육 소비 증가 추세에 대응하고 수출 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 생산 기반 조성에도 필요하다"고 봤다.

농진청은 "한국은 통닭·삼계탕을 선호해 소형 닭을 선호하나 선진국 대부분은 부분육 소비로 대형 닭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육계 소비는 통닭 위주로 출하 체중 1.5㎏ 내외까지 사육해 출하하고 있으나, 일본·중국·미국 등은 부분육 위주 소비로 대형 육계인 출하 체중 2.3㎏ 내외로 출하하고 있다"면서다.

농진청은 "최근 우리나라도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가슴살 등 부분육 유통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형 닭 생산보다 소형 닭 생산이 생산비가 많이 들어 생산비 절감과 수출 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부분육 생산 유통에 유리한 대형 육계 생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교익씨가 본인 페이스북에서 "큰 닭이 맛있고 경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농진청이 발행한 자료인 '육계경영관리' 주요 내용을 첨부했다.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황교익씨가 본인 페이스북에서 "큰 닭이 맛있고 경제적"이라고 설명하면서 농진청이 발행한 자료인 '육계경영관리' 주요 내용을 첨부했다. 사진 황교익씨 페이스북 캡처

양계협회 "농가에 대못"…황 "北 대남 비방 성명인 줄"

황씨가 불을 댕긴 '치킨 논쟁'에 닭 사육 농가들도 뛰어들었다.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 치킨에 대한 온갖 비방으로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며 "치킨 소비를 저해하는 행위가 지속하면 실현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처절하게 복수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협회는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는 것은 왜 말하지 않는 건지 변명하기 바란다"며 "또한 삼계탕을 선호하는 국민 식성이 닭의 크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도 같이 설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한 1.5㎏ 닭은 영원히 이어진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며 "우리나라 2조원이 넘는 닭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신공격과 협박"이라며 "북한의 대남 비방 성명인 줄 알겠다"고 맞섰다. 재차 농진청이 발행한 다른 자료인 '육계경영관리' 주요 내용을 거론하며 본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5㎏ 육계는 맛 관련 인자가 축적되기 이전에 도계되므로 맛이 없다 ▶2.8㎏ 육계는 1.5㎏ 육계 대비 생산비 20%와 가공비 20%가 각각 절감된다 ▶2.8㎏ 육계는 1.5㎏ 육계보다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이 많고 쓴맛을 내는 성분이 줄어들며 조직감이 쫄깃해지고 육색도 좋아진다 등이다.

황씨는 대한양계협회를 향해 "서민을 위해 세계인이 먹는 수준의 크고 싼 치킨을 달라는 것이 이처럼 비난받을 일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저와 똑같이 한국의 작은 닭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도 비난하는 성명을 내어보시기 바란다"고 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오른쪽)이 지난 7월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냉각판과 터널식 환기 장치가 설치된 충남 서천군 양계농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오른쪽)이 지난 7월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냉각판과 터널식 환기 장치가 설치된 충남 서천군 양계농장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기사와는 무관함. 연합뉴스

양계협회 "'1.5㎏ 닭 맛없다'는 자료 없다"

황씨 주장에 대해 대한양계협회 측은 "황씨는 농진청 자료가 근거라고 하는데 잘 알지도 못하고 말하는 것"이라며 "농진청 자료에는 '대형 닭 위주로 가야 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1.5㎏ 닭은 맛없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재반박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닭은 용도에 따라 적합한 크기가 다르다"며 "백숙용 닭은 튀김닭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삼계탕은 뚝배기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치킨업체에서 대형 닭을 이용해 튀김닭을 만들어 봤는데 잘 팔리지 않아 실패한 적이 있다"며 "1.5㎏ 닭은 닭이 어떤 크기일 때 튀김닭으로서 맛이 제일 좋은지 등 소비자 요구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적화된 결과"라고 했다.

농가에서 닭을 30일간 키우는 현실적 이유는 뭘까.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30일간 키워야 일단 1.5㎏ 이상 닭이 나오고 튀김닭 용도로는 1.5㎏대 닭이 제일 적합하다"며 "기름에 튀길 때 닭이 너무 크면 질기고 맛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 프랜차이즈 치킨업체 닭도 튀김닭용은 1.5㎏에서 2㎏ 사이 닭이 나간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별 치킨집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자체별 치킨집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거친 표현이 논란 키웠다" 지적도 

일각에서는 "비슷한 맥락의 주장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데 황씨의 다소 거친 표현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황씨가 애초 '30일 키운 닭보다 42일 키운 닭이 맛과 관련된 성분이 더 많고 생산비도 절감된다'는 식으로 주장했다면 반발이 이만큼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소비자 반응 중 치킨 크기가 좀 작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황씨처럼 '닭이 작아서 맛없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킨 맛이 떨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닭 크기를 키워 달라'고 요구했다면 존중했을 것"이라며 "밑도 끝도 없이 '작은 닭은 맛없고, 모르는 사람은 입 다물라'는 식으로 닭 농가와 치킨업계 종사자들을 비양심적인 사람들로 모는 건 도저히 받아들 수 없다"고 했다.

대한양계협회 측은 황씨에게 "공식 석상에서 일대일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200여 농가가 연평균 닭 1억2000만 마리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이 중 치킨 용도로 절반 이상 나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