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과외금지' 이후 40년…사교육 전쟁 '전패'한 정부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11:30

“초중고생 6%가 과외를 받고 있으며, 이들이 1년에 지출하는 과외비는 823억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교육이 학교 밖에서 주도된다면 큰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교육비의 이중부담은 가계의 낭비와 손실을 가져오는 것입니다.”(대한뉴스. 1980년 7월 30일)

과외금지 조치가 곧바로 학원가에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1980년 8월 6일 대한뉴스 장면. [e영상역사관]

과외금지 조치가 곧바로 학원가에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1980년 8월 6일 대한뉴스 장면. [e영상역사관]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7월 30일, 이른바 ‘7.30 교육개혁 조치’를 내놓으며 과외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모든 학생의 학교 외 수업이 금지됐고, 과외를 하는 교사나 학부모도 단속 대상이 됐다. 시행 초기엔 과외 열풍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단속을 피해 불법과 외가 기승을 부렸고 일각에선 학력 저하 우려도 나왔다. 결국 1989년 방학 중 학원 수강이 허용된 데 이어 1991년엔 학기 중 수강도 허용됐다. 과외 금지는 2000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며 완전히 막을 내렸다.

'과외 금지' 발표 20년 만에 '위헌'

23일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 정책이 과외 금지다. 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에 ‘그 시절이 좋았다’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정책으로만 놓고 보면 당시 흐름에서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정책이 아니었나 싶다”며 “빈부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개천에도 용 나는 게 가능했다”고 평했다.

과외 금지 조치는 도중에 막을 내렸지만, 조치가 나온 이후 40여년간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은 이어졌다. 군사정권 같은 파격적 정책은 아니지만, 사교육의 손발을 묶기 위한 시도가 계속됐다. 하지만 언제나 정부의 패배였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사회가 양극화될수록 부모는 과외에 '베팅'하게 되고 과외비는 늘어난다”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역대 정부의 사교육 정책은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e영상역사관]

1980년 7월 30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가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e영상역사관]

교습 제한, 선행 금지에도 '전패'한 정부

역사 뒤편으로 사라졌던 과외 금지가 다시 떠오른 건 이명박 정부 때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는 학원 심야교습 제한을 추진했다. 2008년 서울과 부산에 이어 각 시·도의회에서 심야 교습시간 제한 조례가 통과됐다. 이때부터 서울과 경기는 밤 10시 이후 학원 수업이 금지됐다. 학원들은 과외 금지 조치라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교습 제한으로 침해되는 사익보다 사교육비 절감, 학생 건강 등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에는 이른바 ‘선행학습 금지법’(공교육정상화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학교에서 선행학습이 금지되고 학원의 선행교육 광고가 금지됐다. 하지만 ‘선행’이라는 표현을 쓴 광고를 하지 못할 뿐, 실제 학원에서는 얼마든지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서울 대치동 학원가 수업이 끝나는 밤 10시 전후 풍경. 귀가하는 학생들. [중앙포토]

최근에는 시민단체 주도로 '학원 일요휴무제' 법제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학원 휴무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주말에도 학원에 가는 학생 휴식권을 지키기 위해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실제 시행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지나친 자유 제한인 데다 음성적 과외가 퍼질 우려도 크다는 반론도 거세다.

신현욱 교총 정책본부장은 “학생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서울 학원을 금지하면 경기도로 원정을 갈 수 있고 주말 고액 과외가 유행할 수도 있다”며 “학습 욕구에 대한 해소 수단 없이 무조건 금지하고 통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지’ 정책으로 사교육 못 이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정부의 사교육 정책이 지금까지 전패를 기록한 것은 단기적 효과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공권력이 누르면 단기적으로는 움츠러들어 효과가 있는 듯 보이지만 적응하게 되면 노하우가 생기고, 계속 단속하기도 어렵다”며 “일시적 정책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단기 효과가 있어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결국 성공에 대한 욕망, 내 자식이 나만큼 살지 못할까 싶은 불안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능력주의 사회를 만드는 방법, 학력·학벌주의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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