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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법인 설립, 대포통장 954개 판매·유통한 117명 검거 [영상]

중앙일보

입력

수백개의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 900여 개를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판매한 범죄조직이 경찰에 검거됐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수단에 사용할 대포통장을 대량 유통해 10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범죄단체조직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117명을 검거하고,이 가운데 총책 A씨(33) 등 13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포통장 954개 유통…2년간 100억 챙겨

A씨 등 15명은 대포통장을 전문적으로 유통·판매하기 위해 범죄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201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인을 모집, 유령법인 396개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통장 954개를 개설했다. 유령법인 설립을 위해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96명에 달했다. A씨 등은 개설한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및 투자, 물품 사기,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 판매했다. 통장 1개당 사용료로 월 80만~180만원을 받는 등 2년간 100억원가량을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조사 결과 A씨 등은 법인개설이 비교적 쉬운 데다 법인 명의로 여러 개의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행을 계획했다. 개인 통장보다 이체 한도가 높고 거래금액도 많아 금융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악용했다. 실제로 1명의 명의자가 20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한 경우도 있었다.

대포통장 입금된 범죄피해 금액 '7조원' 

판매한 대포통장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 등으로 지급이 정지되면 해당 명의자와 함께 은행에 방문, 계좌거래를 풀어주거나 다른 통장을 바꿔주는 등 속칭 ‘AS(애프터서비스)’까지 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유통된 대포통장으로 입금된 피해 금액은 7조원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작성과 절차 등을 미리 연구한 뒤 명의 대여자를 모집, 법무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법인을 설립했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 가운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이들은 직원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 불법임을 알면서도 명의를 빌려줬다고 한다.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유령법인을 통해 만든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등에 판매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대전경찰청]

A씨 등은 범죄단체를 만든 뒤 총책을 중심으로 3개 팀을 구성, 관리책과 모집책·기술책·현장책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실명 대신 별명을 부르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명의자가 검거되면 “대출 사기를 당했다”며 거짓으로 진술하도록 입을 맞추도록 내부 행동강령을 만들고 명의 제공자가 처벌을 받으면 변호사 비용과 벌금을 대납해줬다. 집행유예를 받은 명의자에게는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원과 명의자를 철저하게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되면 "대출사기 당했다 거짓 진술" 내부강령 

A씨 등은 대포통장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수도권에 아파트를 구입하고 고가의 수입차를 구입했다. 경찰은 범죄수익금 가운데 11억원에 대해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하고 검거 현장에서 현금 5000만원도 압수했다.

대전경찰청 이두한 강력범죄수사대장이 24일 유령법인 대포통장 판매 범죄조직 검거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이두한 강력범죄수사대장이 24일 유령법인 대포통장 판매 범죄조직 검거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이두한 강력범죄수사대장은 “지인간 부탁이나 대출 미끼, 고액 알바 유혹에 빠져 통장 명의를 밀려주면 5년 이하의 징역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보이스피싱 등 주요 범행수단인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검은 대전경찰청이 송치한 사건 관련, 유령법인 340곳에 대한 해산명령을 전국 12개 법원에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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