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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깨문 빼고 다 영입"…6년전 민주당 떠난 김한길, 與 흔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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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정권교체를 열망하면서도 국민의힘과 함께하기를 주저하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 이분들이 모두 함께할 플랫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난 21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고 발표하며 이 조직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했다.

큰 얼개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대선 국면에서 새시대준비위가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새시대준비위는 윤 후보 직속이지만 당 소속 선거대책위원회와는 다른 별도 조직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들도 “새시대준비위의 정확한 역할은 김한길 위원장 머릿속에만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김한길 위원장은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윤 후보가 밝힌 것처럼 새시대준비위의 역할은 중도와 합리적 진보 영역에 있는 인사들의 영입을 통한 윤 후보 진영의 외연 확대다. 김 위원장과 최근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눈다는 임재훈 전 의원은 23일 “정권교체를 원하지만 국민의힘에 바로 입당하기는 꺼리는 분들 있지 않나. 새시대준비위는 그런 분들을 모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빼고 다 영입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임 전 의원은 “굳이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지는 따지지 않고 소소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인물을 모실 계획”이라며 “조직 구성에 대한 구상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인물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이미 영입할 인사 명단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선대위와 별도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사무실에서 김 전 대표와 회동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을,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이준석 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선대위와 별도 조직인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스1

정치권의 관심사는 새시대준비위가 대선에서 가질 정치적 파급력의 크기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호남 정치인이자 반문(반 문재인)인 김경진 대외협력특보를 영입한 것처럼 그 상징성 때문에 김 위원장을 데려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보수층의 지지를 넘어 호남, 중도, 비문·반문 세력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위해선 민주당 대표 출신인 김 위원장의 상징성이 윤 후보 입장에서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도 지난 21일 “국민의힘도 이제는 중원을 향해서 두려움 없이 몽골 기병처럼 진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적극적으로 김 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인사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위원장과 자주 교류하는 한 동교동계 인사는 “김 위원장이 움직이면 항상 정계 개편이 뒤따랐다”며 “윤 후보의 김 위원장 영입은 민주당을 흔들면서 대선 판도 흔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호남 인사들을 영입해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호남 의석을 휩쓸다시피 한 적이 있다.

이 인사는 “한 때 ‘김한길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 위원장의 인맥이 여전히 넓다”며 “민주당에서 이탈하거나 주변에 있는 인사들을 계속 영입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한때 민주당 진영에 있었던 인사를 계속 영입하는 방식으로 민주당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좌장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2016년 1월 3일 국회에서 탈당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의 비주류 좌장인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2016년 1월 3일 국회에서 탈당기자회견을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민주당은 김 위원장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건강 때문에 정치 공백도 크고, 민주당을 떠난 것도 6년여가 지났기 때문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김 위원장 등에 대해 “다 옛날 구 정치, 옛날 정치 하시던 분들”이라며 “정치적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김 전 위원장은 여러 번 가출(탈당)했다”며 “국민의당 창당에 동참했지만 안철수 대표와도 틀어져서 총선에 출마하지도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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