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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캠 양정철' 같은 사람 없다…나홀로 이재명 "좋은분 소개 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성장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구성 전권을 넘겨받은 이 후보는 전날 신속한 선대위 개편을 직접 예고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성장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선대위 구성 전권을 넘겨받은 이 후보는 전날 신속한 선대위 개편을 직접 예고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직접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국민에게 보고하겠다”며 당 선거대책위원회에 대한 쇄신을 예고한 가운데,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될 선대위 개편의 방향이 관심이다.

당내에선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캠프 ‘더문캠’과 비교해 선대위 개편을 전망하는 의견들이 많다. 특히 2017년 대선에서 양정철 전 민구연구원장이 수행했던 ‘캠페인 디렉터(campaign director)’ 역할 구축 여부 등 그간 민주당 선대위에서 보이지 않았던 3가지 공백이 해소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① ‘캠페인 디렉터’ 세울까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민주당 선대위 상황에 대해 “이른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며 “큰 선거를 치르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하고, 그러면 후보가 제일 신뢰하는 의사결정의 최종 결정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선거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인 ‘캠페인 디렉터’가 없는 게 제일 큰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2017년 대선에선 양 전 원장이 ‘더문캠’의 선거 캠페인을 총괄했다. 양 전 원장이 이끌던 ‘광흥창팀’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윤건영·한병도 민주당 의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됐다. 선거 전략 수립과 인재영입, 메시지 작성 등 선거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별동대였다. 광흥창팀 멤버들이 선대위에서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별도의 채널을 통해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다음 주 메시지·홍보 계획을 짜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을 이끄는 '캠페인 디렉터' 역할을 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7일 사의를 밝힌 양 전 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을 이끄는 '캠페인 디렉터' 역할을 해 왔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7일 사의를 밝힌 양 전 원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이 후보는 당내 경선 때부터 별동대 조직을 두지 않고, 공식 조직을 통해 업무를 진행했다. 정성호·김영진·김병욱 의원 등 측근 의원들이 모인 ‘7인회’도 캠프 구성 전에 해체했다. 대신 후보가 직접 캠프 내부와 소통하며 선거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대선을 100일 남짓 앞둔 시점에서 당내에선 ‘캠페인 디렉터’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후보 본인의 정무적 판단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대선 본선 일정을 소화하면서 일일이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민주당 전략통 의원)는 이유에서다.

②후보·당 전달 체계 

후보의 의사를 당에 관철하는 전달 체계 구축도 과제로 거론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부터 이른바 ‘음식점 총량제’까지 후보가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슈를 주도하는 스타일인 만큼, 당이 뒷받침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2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영길 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특히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이 중심인 당 조직이 여전히 예산·인사 권한을 갖고 있단 점도 실시간 전달 체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권을 받아 당을 운영한 2017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당직에 이 후보와 가까운 의원을 앉혀 전달체계를 대폭 손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 지도부 인사는 “당직 개편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며 “후보 의중이 당 전체에 원활하게 전달되는 구조를 짤 것”이라고 말했다.

③새 얼굴은 어떻게? 

지난 대선에서 ‘더문캠’은 고민정 의원(당시 KBS 아나운서)으로 시작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교사’였던 김광두 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당시 국가미래연구원장)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 윤영찬 의원(당시 네이버 부사장)까지 외부 인사를 잇달아 영입했다. 외부 인재 영입은 문 대통령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선대위에 활력을 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광두 전 국민자문회의 부의장(오른쪽 두 번째)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두 번째),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왼쪽 첫 번째) 등 인재영입을 발표하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광두 전 국민자문회의 부의장(오른쪽 두 번째)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두 번째),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왼쪽 첫 번째) 등 인재영입을 발표하는 모습.

하지만 ‘이재명 선대위’의 인재 영입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선대위 내부에서 의원 한 명당 3명씩 외부 인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이 거론될 정도다. 당내 일각에선 “2020년 총선을 거치면서 외부에 친(親)민주당 성향 인재풀이 남아있지 않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 후보 역시 이날 YTN 생방송 인터뷰에서 “외부인사, 신선한 인재를 영입하는 게 중요한데, 그게 사실 말처럼 쉽진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오랜 경륜이 있는 유명인사들을 하면 과거 인물로 보이고, 신진기예들을 쓰면 또 가벼워 보이고 이런 양면이 있다”며 “진영을 가리지 말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자는 생각인데 혹시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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