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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역풍, 싱가포르 교훈…"거리두기, 부스터샷 필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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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위드 코로나에 나섰던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방역 상황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다른 나라 사례를 참고해 볼 때 한국도 '버티기'보다는 확산 세에 맞춰 ‘방역 강화책 적용’을 병행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위중증 환자 549명 최다기록…위드 코로나 빨간불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2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699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128명 감소했지만, 화요일 확진자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전인 10월 중순과 비교하면 인구 100만명당 일일 확진자가 26명에서 55명 수준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전날보다 34명 늘어난 549명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방대본이 발표한 주간 위험도 평가를 보면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수는 10월 4주(10월 24일~10월 30일) 212명에서 11월 3주(11월 14일~11월 20일) 346명으로 100명 이상 증가했다. 중증 환자가 늘어나다 보니 의료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중증환자 전담 병상 가동률을 보면 수도권은 83.2%, 전국적으로는 69.3%로 나타났다. 수도권만 보면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 시행을 중단하는 ‘비상계획’ 발동 기준으로 제시한 75%를 이미 넘어섰다.

“확산 세 보면서 방역 강화 검토해야”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 세계 위드 코로나 국가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역풍을 맞았다가 안정권에 들어선 나라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으로 한국처럼 방역 수칙이 엄격한 데다 백신 접종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높았던 싱가포르도 8월 위드 코로나 시행 후에는 확진자가 폭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에 9월부터 다시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재택근무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 조이기에 나섰다. 확산 세가 가라앉자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사적모임 가능 인원을 5명으로 늘리는 등 방역 완화 조치에 들어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국도 그동안 K-방역이라고 자랑했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싱가포르의 경우 사적모임을 2명까지만 허용했다가 5명까지 허용하는 식으로 늘렸다 조였다 하고 있는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도 기존에 해왔던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겉으로 보기에는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위드 코로나로 과정 자체가 그런 혼잡한 모습일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한쪽 입장을 유지하면서 버티려는 게 오만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처럼 부스터샷 속도전 필요”

이스라엘인들이 지난 8월 8일 예루살렘의 마겐 다비드 아돔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FP]

이스라엘인들이 지난 8월 8일 예루살렘의 마겐 다비드 아돔 메디컬센터에서 코로나19 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FP]

아직 방역 강화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김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인구 수 기준으로 보면 유럽보다 확진자 수가 훨씬 적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확진 현황을 봐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학교 등 백신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 위드 코로나 영향으로 보기 어렵다”며 “큰 문제로 떠오른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ㆍ의료 인력을 늘리면서 부스터샷 접종에 보다 힘써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참고할만한 국가로 이스라엘을 꼽았다. 이스라엘은 위드 코로나 직후 폭증했던 확진자를 부스터샷 접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며 극복한 나라로 분석된다.

정기석 교수는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접종 완료율 자체는 66%로 낮은 편이지만 확진자가 급증하자 부스터샷을 대규모로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며 “접종률은 높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층 면역이 떨어진 한국보다 오히려 진짜 면역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인구 대비 부스터샷 접종률은 43% 수준으로 3.5% 정도인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본격적인 겨울철이 시작되기 전 방역당국이 정한 50대 이상 대상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부스터샷 접종을 늘려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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