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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오타니 덕분에…슬램덩크 ‘안 선생님’이 된 매든 감독

중앙일보

입력

LA에인절스의 감독 조 매든. 별명이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이다. AP=연합뉴스

LA에인절스의 감독 조 매든. 별명이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이다. AP=연합뉴스

“풋내기가 상급자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이 풋내기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LA에인절스 구단의 조 매든(67) 감독이 23일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를 위해 입고 나온 티셔츠에 적힌 일본어 문구다. 매든이 이끄는 LA에인절스의 스타선수는 미ㆍ일뿐 아니라 전 세계 야구계를 뒤흔든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매든 감독이 ‘슬램덩크’를 알게 된 것도 오타니 덕이다. 일본에서 매든 감독의 별명 중 하나가 ‘안 선생님’이다. 오타니의 인기 덕에 로스앤젤레스 현지에서 대거 체류하는 일본 취재진이 매든 감독에게 ‘안 선생님’ 이미지를 보여줬고, 매든 감독은 이렇게 외쳤다고 전해진다. “이거 나잖아, 브라보!” 급기야 매든 감독은 해당 문구를 인쇄한 티셔츠를 본인의 굿즈로 제작하기에 이른다. 이 티셔츠는 구단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 중이다.

오타니와 하이파이브하는 매든 감독. 지난 7월 경기 때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오타니와 하이파이브하는 매든 감독. 지난 7월 경기 때다.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아사히와의 이번 인터뷰는 시즌 마무리를 돌아보는 성격으로 이뤄졌다. 매든 감독은 오타니에 대해 만족감을 표하면서 ‘다양성’을 키워드로 강조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인종 및 선수 타입에 있어서 다양성을 갖추는 것이 좋은 야구의 기본이라는 점에서다. 매든 감독은 아사히에 “다양성이 바로 강인함의 열쇠”라며 “여러 종류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흡수하려고 하는 노력은 그 조직 전체를 성장시킨다”고 말했다.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캐릭터. [중앙포토]

'슬램덩크'의 안 선생님 캐릭터. [중앙포토]

그는 이어 “다양성을 발판으로 강인하게 성장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배경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인 일색, 백인 선수 위주로 구단이 아닌 다양성을 키워드로 한 구단을 만드는 게 목표이며 그 중심엔 오타니와 같은 비(非) 미국인 선수들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매든 감독은 실제로 오타니뿐 아니라 쿠바와 도미니크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선수를 영입했다.

조 매든 감독이 '안 선생님' 티셔츠를 입고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캡처.

조 매든 감독이 '안 선생님' 티셔츠를 입고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 캡처.

오타니 선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아사히는 오타니가 “프로 야구의 세계는 다양한 문화권의 다양한 선수들을 하나의 클럽하우스에 모아내는데 익숙해야 한다”며 “일본인이건 도미니크공화국에서 왔건 우린 결국 야구선수일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매든 감독에 대해 오타니는 “야구선수뿐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훌륭한 분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선수들에게도 시사점이 큰 발언이다.

매든 감독의 이같은 다양성 지향은 그의 삶의 궤적과 직결된다. 매든 감독이 아사히 기자를 오라고 한 곳은 그가 나고 자란 헤이즐턴이라는 작은 동네로, 다양한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이곳 역시 미국의 다른 많은 도시처럼 특정 인종의 인구 비율이 높았지만 21세기 들어 다양한 인종이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든 감독은 “처음엔 원래 살던 주민들과 이주민들 사이에 갈등도 잦았고 싸움도 빈번했다”며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등을 다양히 운영해온 지금은 다름이 결국 강점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으며, 이는 야구에서도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투수에 타자, 우익수로까지 맹활약하는 오타니.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투수에 타자, 우익수로까지 맹활약하는 오타니.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매든 감독은 LA에인절스와 내년까지 계약이 된 상태다. 지난해 매든 감독이 부임한 이후 첫 시즌엔 26승 34패에 그쳤던 에인절스는 올해 77승 85패의 성적을 올렸다. 오타니 선수는 올해 투수ㆍ타자ㆍ우익수로 나서는 일명 ‘삼도류(三刀流)’를 선보이며 맹활약했다. 미국 야구기자협회(BBWAA)가 매년 뽑는 MVP에도 22일 가볍게 선정됐다. 만장일치였다.

오타니 선수에게 일본 정부는 국민영예상 수여를 제안했으나 정작 오타니 선수가 “아직 아니다”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 ‘두 자리 승,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목표를 세웠으나 목전에서 실패했다. 성공했다면 전설의 선수 베이브 루스가 세웠던 기록을 103년만에 재현하는 셈이었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만다라 훈련법’으로도 유명한 오타니는 MVP 수상 당일에도 평소처럼 훈련하고 일찍 잠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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