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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토해내라" 날벼락…23년차 군필 교사에게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2019년 1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2019년 1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학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온 교사의 호봉을 깎고 급여를 환수하는 조치가 확산하고 있다. 이미 서울, 경기 등에서는 지급한 급여를 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 당국은 학력과 군 복무 기간이 모두 호봉으로 인정되고 있어 중복되는 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사들은 군 복무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반발한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군필 교사의 호봉을 재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학 2학기 종료일(2월 28일) 전인 1월에 군대에 간 교사의 경우 군 복무와 재학 기간이 겹치는 두 달을 호봉에서 깎는다. 현재는 재학 중 군대에 간 기간도 호봉으로 인정하고 있다.

호봉 삭감과 함께 이미 지급한 급여를 환수하는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 24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조사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 경남 일부 지역에서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수가 이뤄졌다.

방학 때 군대 간 교사 "500만원 토해내야"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스1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뉴스1

현재 대학을 졸업한 교사는 학기당 1호봉을 인정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교사는 임용 시 8호봉이 된다. 여기에 군 복무 기간을 1년당 1호봉으로 가산한다. 군대를 다녀온 교사는 10호봉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한다.

문제는 학기 중에 군대에 간 교사다. 일반적으로 대학 학기는 2월, 9월에 마치지만 기말고사는 이보다 두 달쯤 전에 치른다. 교육부는 이 기간은 군 복무 기간으로 호봉에 반영하기 때문에 학력 인정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연봉 환수 규모는 연차가 높은 교사일수록 많아진다. 23년 차 초등교사인 박 모 씨는 "호봉이 석 달가량 깎여 대략 500만원 정도 토해내야 한다"며 "기말고사 마치고 군대에 갔다는 이유로 연봉을 환수한다는 게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같은 연차의 교사 사이에서도 입대 시기에 따라 호봉이 달라질 수 있다. 박 씨는 "대학 졸업 이후나 방학이 끝나고 입대한 교사는 호봉이 그대로"라며 "똑같이 군 복무를 하고도 입대 시기 때문에 호봉이 달라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뒤늦게 "호봉 중복 산정, 고쳐라"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청년 채무부담 경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조치는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호봉 재조정과 연봉 환수를 지시하면서 이뤄졌다. 교육부는 '학력과 경력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그중 하나만 산입한다'는 공무원보수규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홍기석 교육부 학교혁신정책관은 "지난해 교사 호봉 산정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서 검토한 뒤 교육청에 재조정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이미 1992년부터 시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아직도 조정이 안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군복무, 재학 기간 중복 인정 가능할까

교육부가 재조정을 지시한 지 1년 넘게 지났지만, 아직 연봉을 환수한 교육청은 많지 않다. 교사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나라에서 오라고 할 때 입대 했을 뿐인데 입대 시기로 불이익을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군 복무와 재학 기간을 함께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교육부는 난색을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두 경력을 모두 인정하는 건 '평등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국민권익위 판단이 있었다"며 "공무원보수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인사혁신처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호봉 재조정을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교원소청이 여러건 제기됐다. 행정 소송 등 법정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군 복무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호봉 삭감이 이뤄지면 소송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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