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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연구냐” 손가락질 받던 정부 100조 R&D…현대차·LG가 ‘쓴소리’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기수 포스코 전무(가운데)가 민관R&D협의체 산업공정혁신 분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김기수 포스코 전무(가운데)가 민관R&D협의체 산업공정혁신 분과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이른바 ‘코리아 R&D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한 민·관 협력 프로젝트가 닻을 올렸다. 한해 100조원에 이르는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민간기업의 ‘쓴소리’를 듣겠다는 취지여서 정·재계의 주목을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3일 ‘민관 R&D 혁신포럼’을 개최했다. 경제적 성과가 저조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의 연구개발(R&D)을 혁신하기 위해서다. 대한변리사회에 따르면, 정부 출연연구소가 특허청에 등록한 특허의 절반 이상(57.8%)이 현실에서 별 소용이 없는 ‘장롱 특허’였다. ▶R&D 2위 한국, 장롱 특허만 쏟아낸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도해 올 3월 출범한 민관R&D협의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개월간 정부 R&D 정책에 상시 참여했다. 쉽게 말해 민간기업 관계자가 ‘정부가 이런 R&D를 해야 한다’거나 ‘이런 규제는 풀어달라’고 요청·협의하는 자리다. 70여 개 기업에서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12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23일 열린 민관R&D혁신포럼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23일 열린 민관R&D혁신포럼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민관R&D협의체, 정부 R&D 정책 조언

지금까지 21차례 모인 협의체는 ▶산업공정 혁신 ▶탄소 포집 활용·저장 기술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센서 등으로 분과를 나눠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다.

산업공정 혁신 분과에서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분야에서 정부가 뛰어들어야 할 R&D 전략을 제시했다. 예컨대 수소환원철을 원료로 돌리는 전기로 기술을 개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김기수 포스코 전무는 “철 스크랩 등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 유통 독과점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탄소 포집 기술은 상용화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육심균 두산중공업 전무는 “원천 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정부가 연구기관의 협력 환경을 조성하고, 국가 정책 간 조율·공유가 필요한 기술의 경우 정부가 성과 극대화를 목표로 중재에 나서라”고 말했다.

민간 R&D협의체 참여기업. 그래픽 차준홍 기자

민간 R&D협의체 참여기업. 그래픽 차준홍 기자

과기정통부 “국가 R&D 전략에 반영”

신재생에너지 분과에서도 정부 R&D 사업에 기업이 참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민간 부담금 60% 이상, 기술료 40%을 출연해야 대기업이 정부 R&D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OCI·LG에너지솔루션 등 11개사가 참여한 협의체는 이 같은 정부 R&D 사업 참여 규정을 지적하면서 “기업 R&D 과제 참여 조건을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LG이노텍·현대모비스 등 14개사는 자율주행 차량용 스마트 센서 기술 연구와 배터리 시스템 고도화 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바이오센서 관련 제품 승인 제도를 개선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은 “자율주행차 R&D 관련 법적 정비가 미비하다”며 자율주행 기술별 규정을 법제화하는 데 필요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경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민관R&D협의체가 제시한 의견은 정부 R&D 예산의 배분·조정과 신규 사업 기획 등의 기준으로 활용하겠다”며 “관계 부처에서 국가 R&D 중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하거나 연도별 R&D 투자방향을 세울 때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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