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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코로나 의료 현장의 아우성 들리지 않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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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부섭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 원장

김부섭 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 현대병원 원장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30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1일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1단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일례로 필자가 일하는 코로나 거점전담병원은 호흡기 내과, 감염내과, 외과, 소화기내과, 응급의학과, 중환자 전담의 등 전문의 10여 명이 코로나 진료를 담당해왔다. 최근 의사 한 명이 사직하고, 또 다른 한 명이 출산 휴가에 들어갔지만, 빈 자리를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우리 같은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 현상은 너무나 오래됐다. 요즘엔 경험 있는 간호사가 더 부족하고, 특히 중환자를 간호할 인력이 달려도 제때 채우기가 매우 어렵다. 이에 따른 피로 누적이 심각하다.

위드 코로나로 의료진들 피로 누적
상급병원, 전공의 파견 검토해야

현장에서 보면 몇 가지 문제가 피부에 와 닿는다. 우선 재택 치료자 관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어떤 환자는 재택 치료 중에 사망하거나 갑자기 증상이 악화해 중환자실로 입원한다. 재택 격리 전에 의사의 진찰과 기본 검사가 꼭 필요하지만 무시되고 있다. 재택 격리 기간 중 하루 2~3회 전화 상담만 받는다.

어떤 환자는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또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병세가 악화한다. 게다가 자유롭게 병원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치료받을 권리가 제한된다. 70세 이하의 무증상 감염자가 재택 치료 대상이다. 이들이 자기 차로 이동해 병·의원에서 1차 진료를 받고 재택 치료를 받으면 치료의 질과 환자의 만족도가 올라가고 보건소의 인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지침에는 수도권 종합병원과 거점전담병원의 환자를 비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전원(轉院)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산소 요구량이 높은 치료를 받거나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환자를 이송하려면 상당한 위험이 따르고 운송수단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환자와 가족도 수백㎞ 떨어진 병원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이송 환자 선별이 어렵고 이송 중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도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리거나 병상을 늘린다고 치료 기반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중환자실을 더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병원을 확실하게 지원해서 병상을 확보하는 게 좋다. 상대적으로 인력에 여유가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2~3명의 전문의나 3~4년 차 전공의를 거점전담병원에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하는 상급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준중증병상을 중증병상으로 전환하되 장비·시설·인력을 지원하면 이른 시간에 병상을 상당량 확보할 수 있다.

내년에 졸업할 예정인 간호사를 의료 현장에 미리 투입할 수 있게 면허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수본의 간호사 파견 체계를 확 바꿔야 한다. 지금 간호사 1000여 명이 중수본과 계약해 대기 중이다. 이들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아 3~4개월만 파견 나가도 일반 종합병원 간호사 연봉을 넘는다. 이 때문에 코로나 진료 병원에 취업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간호사 수급 왜곡이 현장의 불협화음을 야기한다. 차라리 코로나 대응 병원의 간호 수가(酬價)를 인정하고 개별 병원이 직접 채용한다면 당장에라도 수천 명을 더 뽑을 수 있다.

우리 병원은 지난해 12월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받고 본격적으로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료 수가가 일반 환자 진료비에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 1월 코로나 환자 진료비(지자체 부담분)가 아직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 병원별 미수금이 수억원을 넘는다.

지난 2년 매일 늦게까지 환자를 지키면서 보람도 있지만, 회의감도 든다. 중수본과 지자체는 제발 절박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제대로 반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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