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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삼성 새 반도체공장 테일러 확정”… 파운드리 1위 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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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는 신규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를 오스틴에서 48㎞ 떨어진 테일러 시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는 신규 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부지를 오스틴에서 48㎞ 떨어진 테일러 시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삼성전자]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이어 미국에 제2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의 ‘스타 프로젝트(STAR-PJT·미국 내 신규 공장 투자)’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동안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던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중앙일보 9월 6일자 B1면). 대만 TSMC를 넘어 파운드리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의 ‘시스템 반도체 2030’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시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르면 (미국시간) 23일 오후 5시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시간으로는 24일 오전 8시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는 입장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테일러와 오스틴, 애리조나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 카운티 5곳의 후보지를 놓고 저울질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북미 출장에 맞춰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만6000명이 거주하는 테일러시는 텍사스주 중부의 윌리엄슨 카운티에 있다. 기존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오스틴시에서 30마일(48㎞) 떨어진 곳이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1200에이커(485만㎡)로 오스틴 공장보다 더 넓다. 앞서 테일러시는 삼성 파운드리를 유치하기 위해 10년간 최대 92.5%의 재산세를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승인했다. 금액으로는 2억9200만 달러(약 3400억원) 규모다.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텍사스주 테일러시 예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삼성전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 텍사스주 테일러시 예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WSJ는 “삼성전자가 앞서 텍사스주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 근거해 반도체 칩 생산이 2024년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이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 지 석 달여 만에 나왔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어 “한국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용할 때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마무리하면서 TSMC는 물론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TSMC는 120억 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인텔 역시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들여 애리조나에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성으로선 TSMC를 추격하면서 인텔을 따돌려야 하는 형국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의 이번 투자를 계기로 시장에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으로 내다본다. 우선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에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TSMC보다 6개월 정도 빠른 속도다. 미국 신규 파운드리에도 5나노 이하 미세공정 도입이 유력하다. 안기남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삼성이 미국에 초미세 공정의 파운드리를 완공하면 TSMC에 치우쳤던 애플·퀄컴·AMD 등 미국의 대형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며 “이러면 파운드리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또 파운드리 생산량 확대를 위해 내년에 경기도 평택2캠퍼스 라인 착공에도 나선다. 삼성은 최근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에서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첫해인 2017년과 비교해 2025년까지 파운드리 용량을 3배, 2026년까지 3.2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100개 정도인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5년까지 3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업계 최초로 신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 파운드리 투자로 삼성의 TSMC 추격전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동맹 관계도 공고히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미국 내 반도체·세트 부문 선행 연구 조직인 DS미주총괄(DSA)과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찾은 자리에서 “단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서부의 실리콘밸리를 찾아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면담했다. 이 부회장으로선 ‘안드로이드 동맹’으로 불리는 삼성과 구글이 협력 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이 시스템 반도체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 플랫폼 혁명 등 차세대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기술(ICT) 혁신 분야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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