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2강 7중…변화 속에 개막한 바둑리그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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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2021~2022 KB국민은행 바둑리그가 시작됐다. 18일의 개막전에서는 박정환 9단이 소속된 ‘수려한 합천’이 ‘정관장 천녹’을 4대1로 격파했다. 19일엔 지난해 챔피언 ‘셀트리온’이 신진서 9단을 앞세워 ‘바둑메카 의정부’를 이겼고 20일엔 신생팀 ‘유후’가 ‘한국물가정보’를 접전 끝에 꺾어 첫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1일엔 ‘Kixx’가 ‘컴투스타이젬’을 이겼다. 바둑리그는 ‘포스코케미칼’까지 9개 팀이 내년 4월까지 6개월의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눈에 띄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신생팀 유후(YOUWHO)가 합류하며 지난해보다 한 팀 늘었다. 팀이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유후는 코스닥 상장사인 EDGC의 서비스 이름으로 여자리그를 후원하다가 이번에 남자리그로 갈아탔다.  유후의 감독은 여자기사 한해원 3단(39). 바둑리그 19년 역사에서 여자 감독은 처음이다. 또 이 팀은 바둑리그 최연장자인 46세의 이창호 9단을 영입했다.

제한시간이 5판 모두 1시간으로 통일됐다는 점도 좋게 받아들여진다. 바둑리그는 초장엔 TV 중계의 효과를 위해 속기 일변도로 대국했으나 세계대회서 중국이 득세하자 이 속기가 비난받았다. 우리 기사들이 속기에 젖어 장고바둑인 세계대회서 힘을 못 쓴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이런 비난은 근거 없는 것이었으나 바둑리그는 속기와 장고 등 여러 형태로  나뉘게 됐다. 그 혼란을 ‘1시간’으로 통일해 바둑리그의 색깔을 갖추게 됐다.

9개 팀, 45명의 선수 중 여자기사는 컴투스타이젬이 뽑아간 최정 9단 한사람이다. 한국랭킹 18위의 최정은 여자로는 유일하게 바둑리그 단골이다.

이런 정도로 올해의 바둑리그가 출범했다. 이런 정도라고 표현했지만 바둑리그는 한국바둑이 심혈을 기울이는 가장 중요한 대회다. 그럼에도 인기는 항시 기대치를 밑돌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좋은 대국은 쏟아지지만 바둑TV 시청률은 작은 이벤트에도 밀릴 때가 많았다. 올해는 어떨까.

중국리그는 지역 연고가 뚜렷하다.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 말고 멀고 먼 티베트에도 팀이 있다. 갑조리그만 16개팀, 을조와 병조도 있어 치열하게 승강급이 이뤄진다. 선수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지닌 팀은 유망주들을 미리미리 확보한다. 흥행을 위해 외국기사들을 자국 기사들보다 몇배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다(한국 스타 기사들은 중국리그에서 한판에 2천만원 정도의 대국료를 받고 있다).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져 티벳 팀의 강동윤 9단은 라싸까지 날아가야 했는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대국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바둑리그에 외국기사는 한명도 없다. 대국료는 승자 300만원, 패자 60만원으로 누구든 똑같다. 바둑리그와 여자리그, 시니어리그를 합해 한국바둑의 3대 리그로 불린다. 여기 속한 선수와 감독을 합하면 161명. 그러니까 모두 161명의 프로기사가 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가 화두인 이 시대에 상당한 고용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프로대회가 ‘복지’ 측면이나 ‘나눔’을 강조하면 모양이 이상해진다. 헐겁다고 할까. 싱겁다고 할까. 시니어리그는 그럴 수 있지만 바둑지망생들의 꿈의 무대가 되어야 할 바둑리그는 달라야 한다. 바둑계를 보면 일본이나 한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이 가장 자본주의 모습을 하고 있어 신기할 때가 많다.

바둑TV와 인터넷사이트 등은 바둑리그 선수를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올해만 해도 대거 선수가 바뀌었다. 누가 어느 팀에 속해 있는지를 알아야 응원도 할 수 있다. 또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친절한 분석과 하이라이트가 절실하다.

‘바둑메카 의정부’팀의 김영삼 감독은 올해의 판도를 2강 7중이라고 말한다. 2강은 셀트리온과 포스코케미칼. 나머지 7팀은 전력이 막상막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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