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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녀’들의 솔직담백 술방, 2040 여성도 함께 취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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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 여자들’은 30세 요가강사 한지연(한선화),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정은지),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가 서울에서 살며 일하고, 술을 마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OTT라서 가능한 솔직한 표현, 술 관련 묘사 등이 “현실같다” “웃기다”며 입소문을 탔다.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 여자들’은 30세 요가강사 한지연(한선화), 종이접기 유튜버 강지구(정은지),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가 서울에서 살며 일하고, 술을 마시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OTT라서 가능한 솔직한 표현, 술 관련 묘사 등이 “현실같다” “웃기다”며 입소문을 탔다. [사진 티빙]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 여자들’이 2040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22일 시작한 ‘술꾼도시 여자들’은 서른 살 예능작가 이선빈(안소희 역), 요가강사 한선화(한지연 역), 전직 교사·현직 유튜버 정은지(강지구 역) 등 서른살 여성 3명의 이야기를 풀어낸 금요 드라마다.

초반엔 큰 반응이 없었지만, 중반을 넘어가며 SNS상에서 불이 붙었다. 티빙 측은 “시청자 중 2039 여성이 약 65%”라며 “초반에 ‘술꾼’이란 제목 때문에 술 얘기로 생각하는 시청자가 많았는데, 5·6화 이후 SNS로 소문이 나며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환승연애’보다 더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술꾼도시 …’를 보기 위해 티빙을 구독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여성 사회인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비춘 게 인기 비결”이라며 “술과 성, 사회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현실 그대로 담아낸 게 젊은 층의 공감을 샀다”고 분석했다. 기존 방송에서 보기 어렵던 ‘술방’을 소재로 내세웠고,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B급으로 재치있게 풀어낸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모든 회차에 술 마시는 장면이 등장해 전편이 19세 관람가다. 3화는 21분 중 절반 내내 잔을 부딪치는 ‘술방’에 가깝다. 김정식 감독은 “‘먹방’을 보면 뭔가 먹고 싶듯, 보고 나면 술 한 잔 땡기는 작품이 됐으면 했다”고 말한다. 김 감독은 “술을 놓고 술잔과 안주를 바꿔가며 계속 이야기하는 장면은 술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채널 특성상 술 묘사에 제약이 없어 가능했다”고 전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현실에서는 다들 이렇게 술을 먹지만 ‘음주’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술 먹는 장면을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건 지상파는 절대로 할 수 없고, OTT였기 때문에 가능한 과감한 기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웹툰을 드라마로 옮긴 위소영 작가도 “작품에 술, 욕, 성적인 묘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현실 거의 그대로의 대사를 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원작 웹툰 ‘술꾼도시 처녀들’ 단행본을 펴낸 위즈덤하우스 측은 “원작이 ‘술' 소재를 재미있게 풀고 스토리텔링도 좋아서, 드라마화 제안을 여러 곳에서, 해마다 받았었다”고 밝혔다. 티빙 관계자는 “이야기가 재미있어 예전부터 드라마 제작 논의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소재인 ’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여느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B급’ 정서도 젊은 시청자의 눈을 붙잡았다. “어차피 1등은 한 명이다. 안 되는 일에 목숨 걸지 말자” 고등학교 교사 정은지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 앞에서 하는 말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 클립 조회 수 347만회를 기록했다. 이선빈이 걸진 전라도 사투리로 “니가 한 말이 책으로 나오면 내가 그 책으로 평생 똥을 닦을 것이다이~”라며 50초간 랩에 가까운 ‘속사포 욕’을 하는 장면, ‘예쁜 또라이’ 한선화가 술자리에서 주사를 펼치는 모습도 SNS를 타고 퍼졌다.

마치 웹드라마처럼 쉴 새 없이 변하는 화면과 빠른 전개도 ‘술꾼도시 …’의 특징이다. 소개팅남 김지석을 내세워 세 여자주인공을 빠르게 소개하는 1화 첫머리에는 “여자 1호는 말끝이 짧다” “여자 2호는 폐활량이 좋다” 등을 SBS ‘짝’ 성우(김상현)의 내레이션으로 처리해 연애 예능을 보는 느낌을 줬다.  ‘짝’에 1년간 참여했던 위소영 작가가 “‘짝’ 쓰던 그대로” 써냈다.

30분 내외 짧은 길이도 드라마의 속도감을 더한다. 김정식 감독은 “원래 컨셉을 ‘30분 컷’으로 잡고 시작했다”고 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출퇴근, 이동, 밥 먹을 때 보기에 최적화된 길이다. 특히 먹고 마시는 장면이 많은 ‘술꾼도시’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모델”이라며 “2030이 좋아하는 속도와 감각, B급 정서를 담았고 신박한 오프닝은 유튜브 콘텐트와 겨뤄 이겨야 하는 OTT 콘텐트의 영리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시작은 ‘술’, 톤은 ‘B급’이지만 이야기는 ‘일상’이다. 드라마 전체에 깔리는 내레이션을 맡은 이선빈은 “느는 거라곤 마음의 소리뿐. 사회생활이란 하다하다 마음의 소리조차 의미 없어지는 것”이라고 읊는다. 갑작스런 부친상을 당한 30대 초반의 황망함도 “슬픈 건 슬픈 거고, 니가 쓰러지면 안 돼” 위로하는 친구의 대사로 현실처럼 그려냈다. “어디 서울에서 먹을 것이라도 있냐”는 지방 부모님의 전화,  술 마신 뒤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 등 생활밀착형 대사는 작가의 경험에서 따왔다.

여성들이 흔히 겪는 불편함, 세대 간 의견차 등도 무겁지 않게 녹였다.  “자기 꿈이 피디라며~ 그럼 가족오락관은 알아야 돼~”라고 말하는 선배 작가에 “꼰대”라고 답하는 인턴, 힘과 권위를 이용해 불순한 의도로 접근하는 대기업 회장, 집에 침입하는 괴한 등을 통해서다. 일상 대화에서 오가는 성적 에피소드, 성소수자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회도 슬쩍 담아냈다.

김헌식 평론가는 “‘술꾼도시 …’나 ‘유미의 세포들’처럼 일상적인 수다, 현실적인 감정표현·고민 등을 담아내는 콘텐트들이 앞으로 주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거대 담론이나 사회적 가치보다 자기 삶이 더 우선시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고 분석했다.

◇수정=애초 기사에서 위즈덤하우스 관계자가 한 설명으로 기술한 ‘술을 주요 소재로 내세우는 데 대한 제약이 있어 제작이 늦어졌다’는 부분은 티빙 관계자의 설명이기에,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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