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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것’ 하나로 7800만뷰…코카콜라도 반한 이색 실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20면

‘1분 만에 바나나맛 우유 만드는 법’, ‘보헤미안 랩소디에는 왜 펩시가?’, ‘위알못의 위스키 공략법’….

‘음료’라는 카테고리 하나로 네이버·카카오·유튜브 등에서 지난 9월 현재 누적 7800만 뷰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마실 것들의 세계를 담은 안내서 『마시는 즐거움』도 냈다. 국내 유일의 음료 전문 버티컬 미디어 ‘마시즘(masism)’ 이야기다. 버티컬 미디어는 특정 분야에 기반을 둔 매체를 말한다. 마시즘은 ‘마시다’와 이론·학설을 뜻하는 ‘ism’을 합친 말이다. 음료의, 음료에 의한, 음료를 위한 ‘전지적 음료 시점’에서 다룬다는 게 이 회사의 운영 원리다.

마시즘은 그동안 음료 1203개, 빨대 19개, 병따개 7개를 리뷰했다. 숙취 해소 음료를 분석할 때는 3주간 매일 술을 마셨다. 마실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도전한다. 라면 국물, 간장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전상민 마시즘 디렉터가 ‘음료수에 특화된 버티컬 미디어’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마시즘]

2018년 열린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전상민 마시즘 디렉터가 ‘음료수에 특화된 버티컬 미디어’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마시즘]

2017년 창업해 아직은 구성원 6명의 작은 미디어 스타트업 기업인데도 커피·맥주·탄산음료 시장에서 마시즘은 유명하다. 미국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에 초대를 받고, 롯데칠성음료와 신제품을 기획·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음료업계에서는 “마시즘의 콘텐트는 재미와 깊이가 있다”, “솔직하고 개성 있다” 등의 평가가 많다. ‘개꿀맛’·‘존맛탱’으로 끝나는 한 줄 평은 넘치고,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등의 글은 어렵고 지루하다. 하지만 마시즘은 덕후(한 분야에 집착하는 일반인)와 전문가 사이의 리뷰를 지향한다.

마시즘의 설립 목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미디어’와 ‘지역에서 글로벌로’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음료를 통해 전 세계인과 소통하는 글로벌 미디어”를 꿈꾼다. 마시즘의 인기 비결은 뭘까. “‘마실 것’ 하나로 세상을 본다”는 전상민(40) 디렉터를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호성동 마시즘 본사에서 만났다. 전 디렉터는 “많은 이들에게 겁내지 말고 다양한 음료를 마셔 볼 것을 권한다”며 “마시즘의 설득 방식은 맛이나 영양 성분이 아니라 음료에 숨어 있는 스토리를 발굴해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시즘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2017년 19대 대선 때부터라고 한다. 팀원들만 보던 블로그에 당시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음료 대선: 당신의 음료에 투표하세요’라는 콘텐트를 올린 게 대박이 났다.

마시즘은 ‘한국 코카콜라의 유일한 외부 에디터’이기도 하다. 회사를 만든 지 1년도 안 된 2018년 코카콜라 측으로부터 협업하자는 제안이 왔다고 한다. 마시즘은 올해 롯데칠성음료와 함께 ‘미치동 스파클링’이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거꾸로 읽으면 동치미다. 그는 “한국의 전통 음식을 가볍고 청량한 음료로 재해석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마시즘은 왜 지역 미디어라는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을까. 마시즘 구성원 6명 모두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명예교수 제자라는 공통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전 디렉터(00학번)를 비롯해 김신철(08학번)·최규범(10학번)·백지요(15학번)·이대현(17학번)·김선진(19학번)씨 등이 선후배 사이다.

마시즘의 롤모델은 코카콜라·CNN이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중심 도시가 아니지만, 그곳에 있는 CNN과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착안한 목표다. 전 디렉터는 “음료는 문화의 영향도 커 이미 밀키스·레쓰비·아침햇살·박카스 등은 외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마시즘을 지역에 뿌리를 둔 세계적인 미디어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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