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3일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의 1호 공약으로 총 135조원 규모의 ‘디지털 대전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과감한 투자가 일자리 200만 개 이상을 창출하고 향후 수십 년간 연 30조원 이상의 추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그간 주창해 온 ‘전환적 공정성장’의 첫 번째 밑그림을 제시했다. 디지털 대전환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5G와 6G 이동통신 등 비대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사회·경제 변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노무현 정부의 전자정부, 문재인 정부의 데이터 댐이라는 소중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저 이재명은 고구려 기병처럼 이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를 전방위적으로 개척해 무한한 기회를 창출하는 디지털 영토 확장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영토 대국, 디지털 패권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가 밝힌 포부다. 그는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물적·제도적·인적 인프라 구축 ▶디지털 산업·기술·글로벌 영토 확장 ▶국민 디지털 주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어 “집권 5년간 관련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전환·창업 지원 등에 국비 85조원, 지방비 20조원, 민간투자 참여 30조원을 이끌어내겠다”면서 관련 규제 개편,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등을 구체적 공약으로 공개했다. 특히 규제 개혁과 관련해선 “‘이것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정하고 나머지를 다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꿔 신속한 산업 전환이나 신사업 창출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했다. 또 “데이터 기본법의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장을 국가 CDO(Chief Data Officer)로 임명해 부처별 데이터의 통합적 융합과 연계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2일 선대위 출범 후 정식 공약 발표를 20여 일 미뤄온 이 후보는 이날 ‘일자리·노동’과 ‘투자·성장’이라는 양대 경제 이슈를 총망라하는 해법으로서 디지털 대전환 청사진을 공개했다고 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비해 행정과 정책에 강한 이재명의 강점이 앞으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대위 차원의 본격적인 공약 발표를 시작하자 주변에선 “정책 역량을 드러내 ‘경제 대통령’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후보가 이날 15분 남짓 읽은 공약 발표문에 ‘성장’이란 단어가 11번 등장한 건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의도로 읽혔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기술력 향상에 따라 인간 노동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4일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비전 제시 등의 정책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 후보는 전날 경기 김포에서 육군 간부가 지뢰 의심 폭발사고로 부상한 것과 관련해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군인의 작전 수행 중 부상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