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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1주기 맞춰 ‘국풍81’…국민 불만 달래려 3S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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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두환 정부는 정치·사회적 통제로 팽배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숨통을 열어뒀다. 로마 시대의 ‘빵과 서커스’처럼. ‘3S 정책’과 ‘국풍81’로 대표되는 문화·스포츠 정책이다.

1986년 9월 20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86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전 대통령은 각국 선수 입장 뒤 개회 선언을 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스포츠는 정치적 통제 속 숨통 역할을 했다. [중앙포토]

1986년 9월 20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86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전 대통령은 각국 선수 입장 뒤 개회 선언을 했다. 전두환 정부에서 스포츠는 정치적 통제 속 숨통 역할을 했다. [중앙포토]

◆ 국풍81=‘대학생과 시민들의 전통·민속축제’ 국풍81은 전두환 정부의 실세로 불린 ‘쓰리허’(허삼수·허화평·허문도) 중 한 명인 허문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1주기인 1981년 5월 28일~6월 1일 서울 여의도광장. 예산 3억원을 들인 이 행사에는 대학생 및 일반시민, 중·고교생 등 1만여 명이 참여했다. 가요제나 연극제, 농악·탈춤 같은 전통 분야 축제판이 마련됐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7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서 고조된 전통문화의 관심을 이용해 12·12사태나 5·18 항쟁으로 부글거리던 대학생들의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분출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출연진도 화려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신중현과 뮤직 파워,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김창완 등 톱스타들이 출동했다. 허문도 비서관은 가수 김민기와 시인 김지하 등 저항의 상징이던 이들을 참여시키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정부는 국풍81 행사 기간 여의도 일원의 야간통행금지를 해제하기도 했다. 전국 197개 대학 250개 동아리에서 6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이런 전통문화와 민족의식 강조로 ‘재야사학’이 부상하기도 했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시비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며 “기존 한국 고대사의 연구 성과를 ‘식민사학’이라고 부정하며 자국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국수주의적인 흐름이 만들어졌다. 왜곡된 역사 인식이 자리 잡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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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S 정책=3S 정책은 영상(Screen)·스포츠(Sports)·성문화(Sex)의 약칭으로 전두환 정부의 상징적인 문화정책으로 꼽힌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고 의도적으로 3S 분야의 발달을 지원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Screen(영상)=컬러TV 보급으로 영상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1981년 영화 상영 검열이 파격적으로 완화되면서 저예산 에로 영화가 붐을 이뤘다. ‘애마부인’(1982년 2월)이 물꼬를 텄다. 1982년 개봉작 56편 중 35편이 에로 영화였다.

Sex(성문화)=1982년 1월 5일 야간통행금지 폐지로 모텔, 유흥업소 등의 산업이 급팽창했다. 조직폭력배 등도 성장했는데, 악명 높은 OB 동재파(이동재), 양은이파(조양은), 서방파(김태촌) 등이 이때 활동했다. 다음 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기치로 내걸 정도였다.

Sports(스포츠)=1982년 프로야구, 1983년 프로축구 슈퍼리그, 농구대잔치, 민속씨름 등의 스포츠리그를 대거 창설하면서 전 국가적인 스포츠 오락을 만들었다. 특히 지역연고제 프로야구는 인기가 높았다. 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개막전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선 정장 차림의 전두환 대통령이 시구에 나섰는데,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하게 공을 던졌다고 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만큼 집권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개최하고, 대기업들을 총동원해 88년 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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