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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모두가 한 교회 신도였다…231명 '수상한 집단감염' [르포 영상]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후 2시 충남 천안시의 한 마을 입구. 춥고 눈이 내리는 날씨에 방호복을 입은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공터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검정색 모자를 푹 눌러쓴 한 주민은 검체를 채취한 뒤 곧바로 마을 위쪽으로 올라갔다. “어디 사시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의 한 교회에서 119구급대가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의 한 교회에서 119구급대가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1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신도 231명(23일 오후 5시 기준)이 코로나19에 집단으로 감염된 마을은 오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확진자를 병원과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할 버스와 119구급차가 마을을 분주하게 오갔지만 정작 확진자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다.

마을 주민 471명 교회 신도…외부와 교류 없어

남성을 따라 올라간 마을 위쪽엔 커다란 십자가가 달린 건물이 보였다. 바로 옆으로는 빌라 형태의 3층 건물과 짙은 갈색의 목조건물이 붙어 있었는데 주민 여러 명이 바깥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빌라 맞은편에 있는 단층 조립식 건물을 가리키며 “신도들이 집단으로 생활하는 곳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방역당국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한 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방역당국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한 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마을 주민이자 교회 신도인 A씨는 지난 21일 근육통과 오한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나자 천안시내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았다. A씨가 확진판정을 받은 뒤 22일 8명이 추가로 확진됐고 23일에는 222명이 줄줄이 양성으로 나왔다. 검사자가 추가되면서 누적 감염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했다.

무증상 확진자 도심 이동, 추가 확진 우려

방역당국은 확진자를 나이, 상태별로 분류한 뒤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로 분산 이송할 계획이다. 70세 이하 무증상·경증환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재택치료를 결정했다. 확진자 가운데 일부가 무증상 상태에서 인근 마을이나 천안 도심까지 이동했던 것을 놓고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의 한 교회에서 119구급대가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의 한 교회에서 119구급대가 확진자를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방역당국에 따르면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마을에는 주민 427명이 살고 있다. 주민 모두가 교회 신도로 종교생활을 기반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구조로 파악됐다. 천안시와 지역 종교계에 따르면 1992년 한 목사가 이 마을에 개척교회를 열면서 신도가 점차 몰려들었다고 한다.

마을은 왕복 2차로의 큰길에서 작은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야 나온다. 일부러 찾지 않고는 마을 존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교회에 다니는 전체 신도는 마을 주민의 두배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신도들이 예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으로 파악돼서다.

90년대 초 개척교회 들어서면서 마을 형성 

방역당국에 따르면 주민 대부분은 외부활동을 하지 않고 가족 단위로 모여 산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14일 마을 내 교회에서 대면 예배를 진행했고 15~16일에는 70여 명이 모여 김장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이때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방역당국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한 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신도 231명이 집단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서 방역당국이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한 뒤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마을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천안시는 이동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주민 전원을 대상을 긴급 검사를 진행했다. 마을 내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예배 중단과 폐쇄 조처를 내렸다. 감염자 대부분은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로 역학조사를 마친 확진자 중 164명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안시장 "방역수칙 위반 여부 등 조사" 

박상돈 천안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마을 내 종교시설을 기반으로 예배, 경로시설, 김장 등을 통해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방역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해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엄정하게 처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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