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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딱 한달 숨통 트인다…은행들 주담대 재개, 잔금대출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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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은행들이 연말 들어 대출 관련 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리면 대출자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들이 연말 들어 대출 관련 정책을 이전으로 되돌리면 대출자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출 시장에 '인디언 서머(늦가을 잠시 나타나는 여름과 같은 날씨)'가 찾아왔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죄기에 나섰던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대출 관련 정책을 느슨하게 하면서다. 전세대출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에서 제외되며 일시적으로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긴 영향이다. 연말을 앞두고 한 달여 간 가계대출에 ‘숨통’이 트인 것이다.

하지만 훈풍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 불어닥칠 대출 한파가 더 거세기 때문이다. 인디언 서머 같은 '반짝 대출 완화'지만, 은행 문이 닫혀 노심초사했던 예비대출자들에게는 일단 반가운 소식이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오후 6시부터 하나원큐아파트론, 하나원큐신용대출 등 비대면(온라인) 대출 상품의 판매를 재개한다. 24일부터는 영업점에서도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한다. 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하나은행이 지난달 20일 전세자금 등 실수요자 대출을 제외한 가계 대출을 중단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12월부터는 주택을 비롯해 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담보대출도 재개한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가계대출 창구를 닫았던 농협은행도 다음 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재개할지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현재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담대상품을 취급할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세·잔금 대출 기준 되돌리기  

빡빡했던 대출 기준도 느슨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2일부터 무주택 실수요자가 주로 받는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기준을 완화했다. 이날부터 대출자가 이자만 갚다가 대출 만기 때 원금을 한 번에 갚는 ‘일시 상환’ 방식을 부활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원금 일부라도 분할 상환하도록 안내했다.

또 입주 잔금 대출의 담보 기준으로 ‘KB시세’와 ‘감정가액(KB시세가 없는 경우)’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9월 29일 잔금 대출 담보기준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꿨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가가 낮기 때문에 분양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산정하면 대출 한도는 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다시 분양 아파트의 현재 시세(KB시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출 한도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지난 12일 신용대출 상품인 직장인 사잇돌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신규 판매를 중단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다만 신용점수 기준으로 820점 이하인 중·저신용자에 한해 신규 대출상품을 판매한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전세대출 제외한 증가율 4.45%

시중은행이 잇달아 대출 문턱을 낮추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그나마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4분기에 취급한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치(5~6%)에서 제외한 영향이 크다.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9일 기준 706조1819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5.39% 늘면서 총량관리 목표치 하단을 넘었다. 하지만 10~11월 전세자금대출을 제외하면 이 수치는 4.45%로 낮아진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4분기 전세자금대출이 총량관리에서 제외되면서 추가 재원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규제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느려진 영향도 있다.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며 은행이 내줄 수 있는 대출액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9.7% 늘며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째 이어지던 상승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주택담보대출이 20조8000억원 늘며 전 분기(17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컸지만 3분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 폭(16조2000억원)이 2분기(23조8000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 달 숨통, 내년 다시 대출 한파

연말을 앞두고 시중은행의 일부 막혔던 대출이 풀렸지만, 예비대출자가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연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를 올해보다 낮춘 4~5%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는 전체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는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한마디로 40일이 지나면 더 엄격하고 깐깐한 대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지나친 대출 총량 관리에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기석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대출 수요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각종 대책을 펼칠 때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 구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가계 부채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문제와 실수요자 피해 방지를 세밀하게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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