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랜친구" 첫인사에, 바이든은 정색..."정치적 신경전"

중앙일보

입력 2021.11.23 18:20

업데이트 2021.11.23 18:2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직접 만나는 것만큼 좋지는 않지만, 오랜 친구(老朋友‧라오펑요우)를 보게 돼 매우 기쁘다.”

“고맙다.”

지난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전 세계가 주목했던 건 이들의 ‘첫인사’였다. 화상으로 회담이 진행되는 만큼 양 정상간 사전 교류가 적었기 때문이다. 이날 ‘오랜 친구’라는 표현을 쓰며 친근감을 드러낸 시 주석에 바이든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만 표한 뒤 바로 본론을 시작했다.

이런 미‧중 정상의 엇갈린 반응에 대해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양 정상의 반응이 갈렸던 것이 아시아와 서구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SCMP는 “중국에서 오랜 친구라는 표현은 상대방과 정서적 교류를 위해 관행적으로 쓰일 수 있다”며 “사회적 관계에서 이런 종류의 표현을 쓰는 것이 아시아 국가에선 일반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SCMP는 중국 외에도 태국, 베트남, 한국, 인도 등에서 이런 표현이 쓰이는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에 대해선 “직장이나 학교에서 친분이 없음에도 ‘선배’라고 부르거나,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언니’, ‘오빠’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2월 17일 조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게이트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물한 티셔츠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2012년 2월 17일 조 바이든(오른쪽) 당시 미국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스게이트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물한 티셔츠를 들고 웃음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관용적 표현을 바이든 대통령이 ‘진정한 친구’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인도 출신의 정치 평론가인 파스라 벤카테 슈와르라오 옌르는 SCMP와 인터뷰에서 “서구권에서 아시아 문화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시 주석이 진짜 친구라고 불렀다기보단 대화를 위한 덜 형식적인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의 이런 첫인사에 정치적 계산이 깔렸었고, 이를 바이든이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CMP는 “일각에선 두 정상의 첫인사의 저류에 정치적 신경전이 깔려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에도 기자회견 중 한 기자가 시 주석과의 친분을 언급하자,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 (그러나) 우린 오랜 친구가 아니다. 비즈니스일 뿐이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를 시 주석이 알고 있음에도 다시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장가오리(張高麗·75) 전 중국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뒤 실종설이 불거진 중국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彭師·35). 그의 실종 이후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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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웡 서던캘리포니아대 정치학 부교수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정의 손을 내민 건 선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회담이 실패할 경우 그 부담을 전가하려는 행위”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동맹 전선을 구축 중인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의 의지가 약해 보일 수 있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한 지 사흘 만인 지난 18일(현지시간) 베이징(北京) 겨울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하며 대중국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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