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3일 별세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별도의 조화를 보내거나 조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 명의의 추모 메시지도 내지 않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이어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박 대변인은 ‘명복’과 ‘위로’라는 표현이 담긴 청와대의 입장을 공개하면서도, 해당 문장의 주어를 표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때 ‘추모 메시지 관련 브리핑’이라는 제목으로 브리핑을 했던 것과 이날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관련 브리핑’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이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었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표현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발표문은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했을 때는 이튿날인 27일 장례를 국가장(國家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뒤 대통령 명의로 “5ㆍ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ㆍ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는 추모 메시지를 냈다.
이후 장례식장에 조화를 보낸 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유족들을 조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와 관련해선 “유가족들이 가족장을 치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의 국가장이 진행될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어 “장례가 가족장으로 치러지더라도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전(前)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쓴 것과 관련해서도 “대변인 브리핑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책을 사용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이라고 직접적으로 호칭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 대통령 호칭을) 더 언급할 일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날 결정과 브리핑 내용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의 뜻이 담겨있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카를로스 알바라도 케사다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직접 핵심 참모들과의 회의를 주재하고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서는 자신의 SNS에 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 대상 수상과 관련 “큰 축하와 감사를 보낸다. 한국의 문화가 세계를 석권하고, 그것이 국격과 외교에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메시지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