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와 자유 대결" 칠레대선 1차투표서 극우파 1위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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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공화당 대선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캐스트가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칠레 공화당 대선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캐스트가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남미 국가 칠레의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후보 호세 안토니오 캐스트(55)가 득표율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우파 후보들의 선전에 칠레 금융시장은 강세를 보였다.

칠레 대선, 좌·우파 진영 대결로 좁혀져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치러진 칠레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성향의 캐스트와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의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35)가 1, 2위에 올라 다음달 19일 열리는 결선투표를 치르게 됐다고 보도했다. 칠레 선거법상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최다 득표자 2명만 놓고 결선투표를 한번 더 치른다. 캐스트는 27.91%, 보리치는 25.83%를 득표했다.

캐스트 후보는 과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을 지지한 경력이 있는 극우 성향의 후보다. 이민·동성애·낙태에 반대하며, 세금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21일 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결선 투표는 공산주의와 자유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가 달린 투표"라고 강조했다. 또 보리치 후보를 "공산당의 꼭두각시"라고 공격하며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30대의 젊은 정치인 보리치 후보는 "민주주의, 포용, 정의를 위해 싸운다"며 유권자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더 공정한 나라로 가는 최선의 길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치 후보가 당선된다면 칠레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30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후보가 1차투표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후보가 1차투표 결과가 나온 뒤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좌우파 세력의 전면 대결 구도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은 당초 좌파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019년 10월 지하철 요금 인상을 계기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후 치르는 첫번째 대선이기 때문이다. 올초 실시된 제헌의회 선거에서도 좌파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다.

우파 후보 선전에 칠레 증시·환율 강세장

하지만 1차 대선 투표 결과 우파 후보들의 합산 득표율이 53.8%로 과반수를 넘었다. 1위에 오른 캐스트 외에도 미국에 거주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랑코 파리시가 3위에 올랐다. 파리시는 대선 기간 동안 한번도 칠레에 입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원격으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중도우파연합의 세바스찬 시첼 역시 4위에 올랐다. FT는 "수백만명의 칠레인이 좌파에 압도적 지지를 보였던 제헌의회 선거 결과가 대선에서 극적으로 반전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티켓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지하철 티켓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연합뉴스

우파 후보들이 대선에서 우위를 점하자 칠레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였다. 22일 칠레 산티아고 증시의 S&P IPSA 지수는 9% 안팎의 큰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페소화 가치도 한때 3.5%까지 상승해 2019년 11월 이후 가장 큰 장중 상승폭을 기록했다. 대니얼 리코 RBC 캐피털마켓 연구원은 "이번 1차 대선 결과에서 나타난 분명한 사실은 칠레가 좌파로의 급격한 전환을 거부했다는 것"이라며 "누가 당선되는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책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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