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고구려 기병처럼" 135조 디지털 투자 공약…尹과 '정책 차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의 1호 공약으로 총 135조원 규모의 ‘디지털 대전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과감한 투자가 일자리 200만개 이상을 창출하고, 향후 수십 년간 연 30조원 이상의 추가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앞서 주장한 ‘전환적 공정성장’의 첫번째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성장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2021.11.23 임현동 기자

‘디지털 대전환’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5G와 6G 이동통신 등 비대면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사회·경제 변화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행히 우리는 김대중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노무현 정부의 전자정부, 문재인 정부의 데이터 댐이라는 소중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서 “저 이재명은 고구려 기병처럼 이 토대 위에서 대한민국의 디지털 영토를 전방위적으로 개척해 무한한 기회를 창출하는 디지털 영토 확장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공약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1.11.23 임현동 기자

“디지털 기술 패권 전략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영토 전쟁을 연상시킨다. 우리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디지털 영토 대국, 디지털 패권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가 밝힌 포부다. 그는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물적·제도적·인적 인프라 구축 ▶디지털 산업영토·기술영토·글로벌영토 확장 ▶국민 디지털 주권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어 “(당선 시) 집권 5년간 관련 인프라 투자와 디지털 전환·창업 지원 등에 국비 85조원, 지방비 20조원, 민간 투자참여 30조원을 이끌어내겠다”면서 관련규제 개편,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등을 구체적 공약으로 공개했다. 특히 규제 개혁과 관련해서는 “‘이것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정하고 나머지를 다 허용한 뒤, 사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바꿔 신속한 산업 전환이나 신사업 창출을 가능하게 하겠다”면서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최소 규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이 후보는 또 “데이터 기본법의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위원장을 국가 CDO(Chief Data Officer)로 임명해 부처별 데이터의 통합적 융합과 연계를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산업 지원을 위한 ‘디지털 경쟁 촉진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 이용자 보호법’ 동시 법제화 계획 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성장” 11회…유능감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디지털 대전환'공약발표를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11.23 임현동 기자

선대위 출범 후 정식 공약발표를 20여일 미뤄온 이 후보는 이날 ‘일자리·노동’과 ‘투자·성장’이라는 양대 경제 이슈를 총망라하는 해법으로서 디지털 대전환 청사진을 공개했다고 한다. 선대위 소속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제 경제문제 전반에 대한 진단과 해법이 디지털에 총망라돼있다”면서 “윤석열 후보에 비해 행정과 정책에 강한 이재명의 강점이 앞으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페이스북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연재해왔던 이 후보가 본격적인 공약 발표를 시작한 데 대해 주변에선 "정책 역량을 드러내 ‘경제 대통령’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후보는 이날 “기술혁신이 초래하는 신·구산업 간 갈등은 규제 갈등 조정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상설화함으로써 적극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디지털 전환성장 공약발표를 하고 있다. 2021.11.23 임현동 기자

이 후보가 이날 15분 남짓 읽은 공약 발표문에 ‘성장’이란 단어가 11번이나 등장한 건 성장을 희구하는 중도층의 표심을 고려한 의도로 읽혔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후보는 “기술력 향상에 따라 인간 노동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추세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분명하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를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4일엔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비전’ 제시 등의 정책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