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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계약 기록 갱신 경차 ‘캐스퍼’, 글로벌 전기차 경쟁 나서나

중앙일보

입력

2022년도 국내 경차 판매 1위는 이미 결정된 분위기다. 지난 9월 출시된 ‘캐스퍼’가 예약 첫날에만 1만9000대에 달하는 사전계약 대수를 기록한 후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생산 목표치(1만2000대)를 넘긴 것은 물론 역대 현대자동차 내연기관차 중 사전계약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를 기반 삼아 현대차에서는 캐스퍼 전기차 버전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캐스퍼 전기차용 부품 공급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산단에 위치한 광주 GGM공장 현대차 캐스퍼 생산공장 생산 라인. 장정필 객원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산단에 위치한 광주 GGM공장 현대차 캐스퍼 생산공장 생산 라인. 장정필 객원기자

23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 캐스퍼 전기차를 내놓을 전망이다. 연구원은 “유럽을 중심으로 최근 주행거리 등 상품성을 개선한 경형 전기차 신모델들이 출시된 데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 정책이 더해지면서 경형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대차도 이런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미국 자동차 부품 기업 ‘보그워너(BorgWarner)’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대차에 경차용 통합 드라이브 모듈(iDM)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카스쿱스 역시 현대차가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배터리를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캐스퍼를 추가해 국내는 물론 유럽과 인도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내놓는 경차다. 2012년 연간 판매량 20만2822대 기록할 정도로 한때 ‘국민차’로 통하던 경차의 인기는 국내에서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경차 판매량은 2007년(8만2197대) 이후 처음으로 연간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감소한 4만7821대 팔렸다. 각종 세제 혜택이 줄고 큰 차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한 대를 팔아도 수익이 적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5월 기아의 ‘모닝’ 부분 변경 모델 이후 캐스퍼가 등장할 때까지 신차를 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생산된 현대차의 첫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아 시운전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청와대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생산된 현대차의 첫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 '캐스퍼'를 인도받아 시운전하고 있다. 뉴스1

“구상 초기부터 전기차 목표”  

경차 전기차 역시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기아 ‘레이’(2011년)나 쉐보레 ‘스파크’(2013년)의 전기차 버전이 나왔었지만 100㎞ 초반대의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인해 관심을 받지 못하고 단종됐다.

중소기업인 쎄미시스코가 한 번 충전으로 233㎞를 주행하는 ‘EV Z(제타)’를 지난 5월 출시하면서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지만, 대량생산과 대량판매에는 한계가 있다. 캐스퍼는 이런 한계를 넘어선 전기차 버전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형태로 차체가 높고 내연 기관을 넣을 필요가 없는 일반 전기차처럼 보닛이 짧다. 현재의 디자인과 형태를 대부분 유지한 상태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덕모 광주그린카진흥원장은 “캐스퍼 구상 초기부터 친환경 그린카를 목표로 한 것”이라며 “연구·개발(R&D) 진척도에 따라 전기차의 생산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배터리 장착 시설 등 생산 설비를 약간만 변경하면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기차 판매 1위인 상하이GM우링의 ‘홍광 미니’. [사진 우링]

중국 전기차 판매 1위인 상하이GM우링의 ‘홍광 미니’. [사진 우링]

현대차 경차 전기차의 경쟁자는 이미 경소형 전기차를 선보인 폴크스바겐·르노·벤츠·피아트는 물론 향후 경차 전기차 ‘모델2’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테슬라가 될 전망이다. 국내 경차 기준에 맞지 않아 국내에서는 소형차로 분류되지만, 유럽에서 2019년 출시돼 경차로 인정받은 폴크스바겐 ‘e-up’과 지난해 출시된 피아트 ‘500e’, 르노 ‘트윙고 ZE’ 등은 유럽에서 인기다. ‘e-up’ 은 지난해 2만1942대, 500e는 6336대 팔렸다.

일본의 닛산 역시 같은 얼라이언스 소속인 미쓰비시와 손잡고 내년 출시 예정으로 경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GM우링의 ‘홍광 미니’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5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앞세워 테슬라 모델을 제치고 중국 전기차 시장 1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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