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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이탈리아 누구" 헤밍웨이 술내기서 잃은 당구채, 경매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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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 AP=연합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AP=연합뉴스

세계적 문학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술자리 내기로 잃었던 그의 애장품 당구채가 사후 60년만에 경매에 오른다.

23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아르트 라 로사'는 다음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에서 헤밍웨이의 애장품이었던 당구채를 경매에 올린다. 시작가는 3만5000유로(약 4700만원).

해밍웨이의 애장품 당구채가 다른사람 손에 넘어 간 경위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 근처에서 지내왔다.

하루는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현지 약사인 아르날도 잠페레티를 만나게 된다. 잠페레티는 마침 2차대전 참전용사로 엘 알라메인 전투 등에서 활약했던 것. 1차 대전 참전용사인 헤밍웨이는 잠페레티와 밤을 새워가며 전쟁이야기를 했고, 친구가 됐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의 화두는 다음날 열리는 미인대회로 옮겨갔고, 여기서 즉석 내기가 시작됐다. 잠페레티의 누이가 미인대회인 '미스 이탈리아'에 출전하는데, 우승여부에 대해서였다.

헤밍웨이 애장품 당구채. [사진 '아르트 라 로사' 홈페이지]

헤밍웨이 애장품 당구채. [사진 '아르트 라 로사' 홈페이지]

헤밍웨이는 그의 누이가 미인 대회에서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작 잠페레티는 자신의 누이가 아닌 모델 출신 참가자가 지연을 등에 업고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는 사람이 술값을 내기로 했고, 헤밍웨이는 여기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접이식 당구채까지 덤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다음날 열린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결국 모델 출신 참가자가 우승했다. 헤밍웨이는 당구채를 잠페레티에게 넘겨줘야 했다. 그러면서 "내 젊은 친구 아르날도에게, 그의 아름다운 누이 오르넬라에게 경의를 표하며"라고 쓴 쪽지도 건넸다.

잠페레티의 아들은 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헤밍웨이의 당구채를 보물로 여겼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쌓여가는 술잔과 전쟁 얘기, 당구 게임 속에 친구가 됐다. 선친은 참전 용사였는데, 이 때문에 들려줄 얘기가 많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 출신 소설가인 헤밍웨이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적십자 요원으로 참가했다. 육군 상사 출신으로 일생 몰두했던 주제 중 하나가 전쟁이었다. 참전 경험을 배경으로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1929)를 썼다.

이후 그는『노인과 바다』(1952)로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말년에는 비행기 추락에 따른 부상으로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1961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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