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아빠는 요즘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왜 자주 부를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인춘의 깍지외할미(47)

[일러스트 강인춘]

[일러스트 강인춘]

가을 타는 아빠 


가을엔~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차라리 햐얀 겨울에 떠나요~

아빠가 즐겨 부르는 노래라서 나도 가사는 조금 알아요.
아빠는 요즘도 가끔 거실 창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고
창밖에 낙엽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 노래를 가만히 부르거든요.
아빠 노래를 옆에서 살짝 듣다 보면
괜히 나도 쓸쓸해지고 슬퍼지는 것 같아요.

오늘은 일요일.
나는 엄마, 아빠와 같이 동네 가까이 있는
호수 공원에 낙엽 구경을 갔습니다.

“어머~ 세상에!”
온통 노란색으로만 칠해진 세상이 내 앞에 나타났습니다.
엄마, 아빠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깍지야! 우리 식구 모두 갑자기 노란 세상에 들어온 것 같지?”
“와~! 정말 그래요.”
나는 너무 놀랐습니다.
아빠 엄마와 같이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노란 세상을 구경했습니다.

“아~! 엄마. 아빠가 보이지 않아요.”
조금 전까지 내 손을 꼭 잡아끌던 아빠가 보이지 않았어요.
“어머, 어디 가셨지?”
엄마도 나랑 같이 한참을 찾아보다가
하늘 저만치서 낙엽을 타고 노래를 부르는 아빠를 발견했어요.
“엄마, 엄마! 저기 하늘에 아빠가 보이잖아요.”

“어머머! 정말이네. 아빠가 가을을 타나 보다.”
“가을을 타는 게 뭔데요?”
“응, 노랗게 된 낙엽을 보면 괜히 마음이 쓸쓸해지는 거란다.”
“엄마~! 그런데 아빠가 위험해요. 낙엽 위에서 떨어질 것 같아.”
나는 정말 걱정이 되어 아빠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빠! 위험해요. 빨리 내려오세요.”
어른은 아이를 보고 항상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낙엽을 타고 다니는 아빠 같은 어른이 더 위험하거든요.
엄마, 내 말이 맞죠?

- 깍지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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