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출 규제 약발 먹혔다…신용대출 줄며 가계 빚 증가세 둔화

중앙일보

입력

가계 빚 증가속도가 2019년 말 이후 2년여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신용대출 증가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다만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증가폭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6조8000억원 늘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6조8000억원 늘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 증가속도는 다소 완만해졌다. 전분기와 비교한 증가액은 36조7000억원으로, 지난 분기(43조5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특히 1년 전과 비교한 가계신용 증감률은 9.7%(163조1000억원)로,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째 이어지던 상승세가 처음으로 꺾였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대부업체 등 금융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액 등 외상 구매액(판매신용)을 더한 것으로, 전반적인 가계 빚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1744조7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7조원 증가했다. 지난 2분기(41조원)보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다소 줄었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대출은 10%(159조원) 늘어 증가속도는 여전히 빠른 편이다.

가계신용 잔액 및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계신용 잔액 및 증감률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계대출 항목별로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여파가 뚜렷이 나타났다.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 실수요 대출로 분류된 주택담보대출은 전분기보다 20조8000억원 늘어나며 2분기(17조3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8%(78조7000억원) 늘어났다. 2분기(8.6%, 75조2000억원)보다 증가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

한은은 주택매매 및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계속된 데다 집단대출이 늘어난 결과로 풀이했다.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 2분기 4만7000호에서 3분기 6만6000호로 늘어났다.

반면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16조2000억원이 늘면서 전분기(23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기타대출은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각 금융기관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전체 업권에서 증가폭이 축소되는 모습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가계대출 증감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 2분기에 강하게 나타났던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는 다소 줄었다. 주담대 수요가 이어지며 시중은행 대출 증가액은 12조4000억원에서 21조1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반면 상호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의 대출 증가액은 8조2000억원으로 2분기(9조1000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보험사와 증권사, 여신전문회사 등의 기타금융기관은 대출증가액(7조7000억원)은 2분기(19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담대와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결과다.

다만 2금융권 주담대 취급액은 2조8000억원 늘어 2017년 2분기(3조2000억원)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호금융의 지난 9월 평균 주담대 금리는 연 3.05% 수준으로 시중은행(연 3.01%)과 별 차이가 없다.

신용카드 사용액 등으로 구성된 판매 신용 잔액(100조2000억원)은 전분기 보다 2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면서비스 소비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전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 2분기 3.6%에서 3분기 -0.3%로 뒷걸음질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