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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뮴' 오염수, 낙동강 반복 유출…영풍 석포제련소에 과징금 28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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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인 '카드뮴' 오염수를 수년간 불법 배출한 (주)영풍 석포제련소가 과징금 약 281억원을 물게 됐다. 체내 잔류 기간이 20~40년에 달하는 카드뮴은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호흡곤란ㆍ심폐기능부전 등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국제암연구소)이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측에 22일자로 환경범죄단속법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3일 밝혔다.

환경부에 따르면 경북 봉화군 소재 영풍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 사실이 처음 드러난 건 2019년이다.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인근에서 2018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천수질기준(0.005㎎/L)을 최대 두 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되자 조사에 착수했다.

석포제련소 내에서 카드뮴 공정액이 새어나오거나 넘쳐서 흘러내린 흔적. 자료 환경부

석포제련소 내에서 카드뮴 공정액이 새어나오거나 넘쳐서 흘러내린 흔적. 자료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이 2019년 4월 석포제련소 1ㆍ2공장 인근 낙동강 수질을 측정했더니 기준치를 최대 4578배 넘긴 카드뮴(22.888㎎/L)이 나오는 등 낙동강 유출 정황이 처음 확인됐다. 곧바로 특별단속이 실시된 결과 공업용수 등의 목적으로 무허가 지하수 관정 52개를 운영한 사실도 적발됐다. 그 중 30개에서 지하수 생활용수기준(0.01㎎/L)을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됐다.

대구지방환경청은 2019년 5월부터 '지하수 오염방지 명령'을 내렸다. 또한 이해 11월부터 석포제련소가 매달 자체 조사ㆍ분석한 하천수와 지하수 현황도 보고받았다. 환경부가 이를 분석했더니 공장 내부에서 유출된 카드뮴이 공장 바닥을 통해 토양,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결국 낙동강까지 유출되는 걸 확인했다.

카드뮴이 석포제련소에서 낙동강까지 유출되는 경로. 자료 환경부

카드뮴이 석포제련소에서 낙동강까지 유출되는 경로. 자료 환경부

또한 2019년부터 약 1년간 전문 학회 등을 통해 조사 연구를 진행했더니 누출된 카드뮴이 빠르면 이틀 만에 낙동강까지 흘러 들어갔다. 이러한 낙동강 유출량은 하루 22kg(연간 803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제련소 측은 지난해 유출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지하수 차단 시설을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대구지방환경청이 올해 4월 낙동강 복류수(하천 바닥에 스며들어 흐르는 물) 수질을 다시 조사했더니 10개 지점 중 8곳에서 카드뮴이 하천수질기준을 최대 950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과징금 부과를 위해 8~9월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상시 낡은 시설에서 카드뮴 공정액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흘러넘치는 등 부적절한 운영이 이어졌다. 또한 비가 많이 내리면 관리 소홀로 빗물과 섞인 카드뮴이 별도의 우수관로 등을 통해 낙동강에 유출됐다.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오염수가 집중호우시 저류지를 거쳐 낙동강으로 직접 배출되는 경로. 자료 환경부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오염수가 집중호우시 저류지를 거쳐 낙동강으로 직접 배출되는 경로. 자료 환경부

그런데도 석포제련소의 카드뮴 유출 차단 노력은 미미한 상황이다. 봉화군이 2015년부터 내린 토양정화명령(행정처분)에 대해 6년간 오염토량 30만7087㎥ 중 3.8%(1만1674㎥)만 정화한 게 대표적이다. 결국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에 부당이익 환수, 징벌적 처분의 성격을 담아 과징금 280억5384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여기에 정화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토양정화명령과 지하수오염정화명령이 이미 내려졌기 때문에 유보한다는 설명이다.

김종윤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은 "과징금 부과 후에도 낙동강 수질ㆍ수생태계 보전을 위해 공정 중 카드뮴이 누출되지 않도록 감시ㆍ단속을 강화하겠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환경부 내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면서 "토양이나 지하수 정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화 비용도 부과할 예정이다. 또한 카드뮴 불법 배출을 지속할 경우엔 추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 중앙포토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수년간 이어진 석포제련소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지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련소의 카드뮴 오염수가 낙동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도 정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종윤 환경조사담당관은 "(낙동강 영향) 관련해선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경단속법상 이러한 불법 행위는 지자체에서 사용중지, 철거, 폐쇄까지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도단속 업무와 과징금 부과를 맡은 뒤 관리가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법을 개정해 환경부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영풍 측은 23일 자료를 내고 "지역 사회와 주민들에 죄송하다"면서도 "고의적으로 카드뮴 공정액을 유출한 건 아니다. 지난해 말 폐수 설비를 도입해 올해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오염된 지하수가 낙동강에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차집 시설도 설치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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