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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으로 물가 잡고, 글로벌 3저 호황 겹쳐 경제성장 [전두환 1931~202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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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GD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GD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치ㆍ사회적으로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이지만, 경제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후하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뤄냈다는 점에서다.

전두환 정부는 암울한 경제 여건에서 출범했다. 그가 실권을 잡은 1980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6%,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7%에 달했다. 성장과 물가라는 경제의 두 축이 휘청거렸다. 경상수지는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고, 실업률은 5.2%에 달했다. 국가 신용도가 낮다 보니 은행에서 신용장 개설이 어렵고 해외에서 차관을 빌리는 것도 힘들었다. 여기에 박정희 정권 시절 중화학공업 집중 투자에 따른 경제 왜곡 현상까지 불거졌다.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실업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실업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상황에 직면한 5공화국의 경제정책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하나는 고질적 물가 불안의 해소, 다른 하나는 중화학공업의 전면적 구조조정이었다.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성장을 추구하자면 물가상승을 용인해야 하고, 물가를 잡으려면 성장을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에 5공은 성장 대신에 물가부터 잡는 안정화를 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물가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물가상승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공권력으로 공산품 가격 인상을 억제했다. 근로자 임금과 추곡 수매가는 묶고, 수입규제는 풀어 공급비용이 올라갈 여지를 줄였다. 여기에 예산까지 동결ㆍ긴축해 시중에 돈이 더 풀리는 것을 막았다. 독재 정권의 ‘완력’을 동원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물가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1년 21.4%, 1982년 7.2%로 낮아지더니 1983년 3.4%까지 내려갔다.

이와 함께 박정희 정부 때 과도하게 추진했던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중복투자도 정리했다. 당시 주요 중화학업종의 가동률은 40~60%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생산 재원은 중화학에 묶여있어 다른 분야에는 활용되지 못하는 등 경제가 심각한 불균형 상태를 유지했다.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경상수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경상수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간 성장 속에 가려졌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부실기업들을 정부 지원으로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정리를 통해 건강한 기업만 남길 것인지 갈림길에서 과감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는 전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린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역할이 컸다. 고도압축성장을 ‘안정성장’으로 바꾸는 경제정책의 기조전환을 역설한 인물이다. 고인이 그에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며 전권을 맡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김재익(왼쪽에서 첫번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983년 10월9일 북한 공작원들의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 묘역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은 김 전 수석이 김포공항에서 미얀마로 출발하기 전 열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김재익(왼쪽에서 첫번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1983년 10월9일 북한 공작원들의 미얀마(당시 버마) '아웅산 묘역 테러'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진은 김 전 수석이 김포공항에서 미얀마로 출발하기 전 열린 행사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경제의 체질이 바뀌면서 성장 기반도 다잡았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세계적인 3저 호황(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1986년부터 1988년까지 매년 1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향한 발판도 마련했다.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1인당 GD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두환 정권 주요 경제 지표(1인당 GDP).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1인당 GDP는 1980년 1714.1 달러에서 1988년 4754.5 달러로 2.8배로 늘었고, 만성적 무역적자도 흑자 구조로 바뀌었다. 한국 경제는 지속 성장궤도로 접어들었고, 중산층도 두터워졌다.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ㆍ전자ㆍ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성과도 정경유착과 각종 권력형 비리로 결국 빛이 바랬다.

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연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전두환 전 대통령 주요 연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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