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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떠난 서남원 감독 "구단 일처리 방식, 속상하고 화난다"

중앙일보

입력

서남원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서남원 IBK기업은행 감독. [사진 한국배구연맹]

"속상하다. 당연히 화도 난다. 말이 안 되는 일처리를 하지 않았나."
서남원 전 IBK기업은행 감독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대해서는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IBK기업은행은 '구단은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업은행이 말한 '사태'는 주전 세터 조송화와 김사니 코치의 팀 무단 이탈이었다.

조송화는 12일 KGC인삼공사전이 끝난 뒤 짐을 챙겨 숙소를 나갔다. 김 코치도 사의를 밝히고 연습에 불참했다. 두 사람은 15일 페퍼저축은행과 원정 경기가 열린 광주 염주체육관엔 모습을 비쳤으나, 경기 뒤 다시 팀을 떠났다. 기업은행은 여론이 나빠지자 서 감독에게 선수단 관리 책임을 돌렸다.

서남원 감독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안타깝다"는 말을 제일 먼저 꺼냈다. 이어 "선수단을 잘 돌보지 못한 부분은 나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서 감독은 "조송화의 훈련은 세터코치인 김사니 코치가 주도했다. 6명 전체로 이뤄지는 시스템에 대해선 이야기를 했지만, 따로 많은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고 했다.

기업은행 선수단과 감독의 불화는 하루 아침 일이 아니다. 2019~20시즌부터 2년간 팀을 이끌었던 김우재 감독도 똑같은 일을 경험했다. 기업은행 고참 중 일부 선수가 김 감독의 팀 운영 방침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어느 종목, 어느 팀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구단이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구단 관계자를 통해 김우재 감독이 한 말이 선수들에게 모두 흘러갔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차기 감독 후보 선임 과정에서 김사니 코치 선임을 추천하기도 했다. 결국 이뤄지진 않았지만, 구단이 감독과 선수 사이에서 오히려 불화를 조장한 꼴이 됐다.

서남원 감독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서 감독은 부임 이후 비시즌 기간 조송화를 주장으로 임명해 팀원들을 이끌어주길 바랬다. 김수지, 표승주, 김희진 등 국가대표에 차출된 고참급 선수들이 돌아온 뒤에도 주장직을 그대로 맡겼다.

서남원 감독은 "김우재 감독이 특정 선수의 트레이드를 요청하자 구단 관계자가 선수들에게 바로 이야기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팀을 맡을 때부터 그런 부분을 신경쓰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남원 감독은 "감독이 선수를 지도하다 보면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구단이 선수들의 편에 서서 선수의 이야기만 듣고 감독에게 잘못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감독을 압박했다. 안타깝다는 이야기 밖에 못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2일 조송화를 임의해지하고, 김사니 코치의 감독 대행직을 일시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송화의 복귀와 김사니 코치의 감독직 수행에 대한 여론이 워낙 나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남원 감독은 "(팀을 이탈한 이들의 처벌 없이 자신을 경질한)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옳은 일처럼 처리되는 게 속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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