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윗부분이 사선으로 꺾인 흉물 건물 많은 이유 알고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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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52)

건축법에도 부익부 빈익빈 식의 법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에야 없어진 ‘도로사선제한’이다. 도로사선제한의 취지는 ‘도로면 및 맞은편 건축물의 일조, 채광, 통풍 따위를 고려해 모든 건축물의 도로에 접한 부분의 높이는 그 필지가 접하고 있는 도로 폭의 1.5배를 초과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가령 10m 도로에 접하고 있으면 도로에 면한 부분의 건축물 높이는 15m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넓은 도로에 면한 필지는 용적률 상한까지 적용해도 이 규정에 제한받지 않고 건축물 높이에 자유롭다.

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물 높이를 규제하는 도로사선제한 규정은 수십 년 동안 좁은 도로에 면한 건물의 외관을 지배했고 도시의 모습을 다 망쳐놓은 후에야 폐지됐다. [사진 piqsels]

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물 높이를 규제하는 도로사선제한 규정은 수십 년 동안 좁은 도로에 면한 건물의 외관을 지배했고 도시의 모습을 다 망쳐놓은 후에야 폐지됐다. [사진 piqsels]

그러나 대부분 좁은 도로에 접해있는 주택가는 사정이 다르다. 가령 4m 도로에 접하고 있다면 도로 면에 접한 부분의 건물 높이는 도로 폭의 1.5배 즉, 6m를 초과할 수 없다. 결국 넓은 도로에 면한 필지엔 있으나 마나 한 법인데, 좁은 도로에 면한 필지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상층부가 사선으로 꺾이는 기형적인 건축형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건축물이 사선으로 꺾이는 형태가 되면 기둥도 꺾여 올라가므로 구조적으로도 불리하고 삼각형의 내부 공간이 생겨 공간 효율도 떨어진다. 물론 공사도 까다롭다. 준공하고 나서 사선 부분 베란다에 수직으로 창호를 설치한 흉물 건물이 주변에 많다. 그렇게 개조한 건축물은 정기 점검에서 불법건축물로 적발되어 이행 강제금을 물고 원상복귀 명령을 받는다. 이렇듯 단순히 도로 폭을 기준으로 건물 높이를 규제하는 도로사선제한 규정은 수십 년 동안 좁은 도로에 면한 건물의 외관을 지배했고 도시의 모습을 다 망쳐놓은 후에야 없어지게 되었다.

좁은 도로에 면한 필지의 비애는 일조권도 예외가 아니다. 현행 일조권 조항은 정북 방향으로 높이 9m 이하 부분은 대지경계로부터 1.5m 이상을 이격해야 하고,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그 높이의 2분의 1 이상 이격해야 한다. 이 규정에 따라 대지면적이 협소하거나 좁은 도로에 면한 건축물은 높이 9m를 초과하는 부분이 사선형태이거나 계단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주택가의 근린시설이나 다가구, 다세대주택의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로서 가로미관을 저해하고 있다. 법적으로 허용하는 최대 한도로 지으려니 일조권이 허용하는 일조권 제한선에 따라 지붕 형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예외가 있다. 20m 이상의 도로에 접한 대지 상호 간에는 일조권을 적용하지 않는다. 넓은 도로에 접한 건축물은 주거시설보다 근린시설이 많을 거라는 가정하에 일조권 적용에 예외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런 논리로 법 규정에 예외를 두는 것은 일조권 취지에 어긋난다. 낮에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집에 오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일조권을 박탈하는 법 조항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일조권 규정도 도로 폭이 좁은 지역에 불리한 차별법이다.

대지면적의 최소한도에 대한 규정이 있다. 대지를 너무 적은 면적으로 분할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법이다.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그리고 기타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마다 분할 최소면적을 규정해두었다. 주거지역의 경우는 60㎡(약 18평) 이하로는 대지를 분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문제는 당초 60㎡에 못 미치는 작은 필지의 경우도 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도로의 확장 등으로 대지 면적이 축소되어 최소 면적에 미달하는 경우도 건축이 불가능하다. 대지면적이 60㎡인 경우 건폐율을 60%로 적용하면 한 층에 36㎡가 된다. 작은 집을 짓는 데 별 지장이 없다. 작지만 특별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많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대지 최소면적 제한은 그러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구단위계획에서는 크기가 작은 필지에 대해 더 혹독한 규제를 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필지는 크기가 큰 인접 필지와 합필해 건축하도록 지침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규모가 작은 필지는 단독개발을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단독개발이 불가능하니 인접한 큰 필지에서 매입하지 않으면 어떠한 건축행위도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헐값에라도 인접 필지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 참 억울한 일이다. 건축법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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