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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공급망? 미·중갈등?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천궁'의 이 기업

중앙일보

입력 2021.11.23 07:00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국방부가 지난 수요일 트위터에 “4조1500억원짜리 한국형 방공체계 M-SAM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올려서 큰 뉴스가 됐습니다. 주변에서 4조원짜리 뭔가가 팔리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역시나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액수라고 합니다. 앤츠랩 구독자라면 바로 드는 생각이 “그거 누가 만들었어?” 일 텐데요.

1999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이 시작된 M-SAM은 2010년 ‘천궁’이라는 사업명이 붙었는데요. 제작에 국내 여러 방산업체가 참여했지만 핵심 체계를 제작한 것은 LIG넥스원입니다.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LIG넥스원 홈페이지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 LIG넥스원 홈페이지

LIG넥스원은 한국항공우주, 한화 계열사 등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무기제조업체 인데요. 1976년 금성정밀공업으로 시작해 LG이노텍이 된 적도 있는 범LG가 기업입니다. 구인회 LG 창업주의 첫째 동생 구철회 회장의 자손들이 독립한 게 LIG그룹인데, 지금은 굵직한 사업 중에 보험∙건설 다 없어지고 넥스원만 남았습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천궁-II'. LIG넥스원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 '천궁-II'. LIG넥스원

이 회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상품은 정밀유도무기(PGM: Precision-Guided Munition) 입니다. PGM은 쉽게 말해 미사일이나 어뢰처럼 뭔가를 쏴서 갖다 맞추는 무기인데요. 대공(적 항공기나 공중에 있는 미사일을 공격하는 미사일), 대함/대잠, 대지, 공대지(아군 항공기에서 적 지상 목표를 공격), 수중 분야로 세분화돼 있습니다.

또 레이다 같은 감시정찰 부문(매출의 30%), 항공전자/전자전 부문(12%), 지휘통제/통신 부문(7%) 등의 사업도 있습니다. 이번에 UAE가 도입한다는 천궁-II는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데요. 통제소와 3차원 위상배열 레이다, 수직 발사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발사대 1기당 8발의 미사일이 들어가는데, 미사일 1발이 15억원이라고 하네요. 빵~쏘면 15억 안녕~

 3 세대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LIG넥스원 홈페이지

3 세대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LIG넥스원 홈페이지

천궁-II의 UAE 수출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쳐도, 방위산업은 4분기에 수주가 몰린다고 해요.올해 연간 수주(=국방 예산)는 마침 매출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중동과 동남아∙남미 등 수출 비중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내년 상반기엔 초소형 SAR(고성능 영상레이다) 위성 사업, 하반기엔 한국형 아이언돔의 체계 개발 업체 선정이 있습니다. 한국형 아이언돔은 북한의 장사정포를 막기 위해 돔처럼 이른바 덮개를 씌우듯 방어하자는 3조원 짜리 사업인데요. 내년에 개발을 시작해 2030년에 양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체계개발과 1차 양산 이후에도 계속 조 단위 국방예산이 집행될 수 있는 큰 사업이죠. 레이다, 작전통제소, 미사일 등으로 구성되는데,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II를 제작했고 M-SAM보다 사거리가 긴 L-SAM의 체계개발을 진행 중이며, 대포병탐지레이다-II 체계개발 업체라는 점 때문에 LIG넥스원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편입니다.

이밖에 미국 GPS와 병행 운용이 가능한 한국형 위성항법체계(KPS) 사업도 LIG넥스원이 그간 유도무기체계(미사일)에서 항법체계를 담당해 ADD와 협업을 많이 해왔다는 점에서 최소한 탑재체는 가져가지 않겠냐는 전망입니다.

 적이 포탄을 쏘면 역추적해서 적 화포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대포병탐지레이다-II'. LIG넥스원 홈페이지

적이 포탄을 쏘면 역추적해서 적 화포 위치정보를 알려주는 '대포병탐지레이다-II'. LIG넥스원 홈페이지

이처럼 수주 잔고가 계속 늘고, 수출 비중도 높아지면서 작년 4%에 머문 영업이익률이 내년 6%, 내후년 7%로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공급망 문제에, 미-중 갈등에…. 요즘처럼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시점엔 LIG넥스원 같은 방산업체가 괜찮은 투자처일 수 있습니다. 방위산업청과 ADD 같은 정부기관이 고객이고 정부로부터 일정수익률을 보장받기 때문에 조선∙건설∙기계 같은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도 불확실 요소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원자재가 등락, 무역정책 변화에서도 자유롭습니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세계 10위 수준이고, 미-중 경쟁, 북핵 위협 등으로 늘 증가 추세입니다. LIG넥스원의 경우 국내 경쟁사 대비 내수 비중이 높은 점도 이런 맥락에선 긍정적입니다.

적 신호를 탐지 감청하고 필요 시 적 통신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장비. LIG넥스원 홈페이지

적 신호를 탐지 감청하고 필요 시 적 통신망을 교란하는 전자전 장비. LIG넥스원 홈페이지

수출시장 전망도 괜찮습니다.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등 신흥국 9개 시장의 국방비가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현지 생산, 노하우 전수 등을 내걸어 선진국 업체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한편 LIG넥스원은 18일 공시를 통해 “(천궁 구매 기사는) 구매국 정부(UAE)가 구매의지를 피력한 것이고, 현재 LIG넥스원은 계약을 체결한 바 없다”며 “해당국과 협상이 진행 중이고,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다시 공시할 예정이지만 보안관계상 공개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로썬 당연히 UAE 수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공시내용처럼 무기 수출은 경제적인 거래 이상의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늘 있습니다. 외교문제가 될 수도 있고, UAE 같은 친미 국가에 수출하면 한국이나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인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등 하여간 복잡한 정무적인 사정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보안 안보관련 문제로 세세한 투자정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게 투자자 입장에선 단점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천궁 개발이 1999년에 시작된 것에서 보듯(이번에 UAE에 팔린 천궁-II는 5년 전 개발 시작), 프로젝트가 워낙 장기 베이스로 이뤄져서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기대하는 단기 상승요소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UAE 수출로 유명해졌지만, 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내수와 달리 수출 물량은 널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글로벌 거시변수 복잡한 시기에 안정적인 성장!

이 기사는 11월 22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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