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0년, 분장실 처음 앉네요" 현역작가 2명 그림자 인생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1.23 06:00

업데이트 2021.11.2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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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마감: 11월 30일

방송을 빛나게 하는 그림자로 살아온 두 친구는 사진 찍는 날만큼은 무채색이 아니라 칼라풀하게 찍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왼쪽 석은정 오른쪽 정지연 작가)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방송을 빛나게 하는 그림자로 살아온 두 친구는 사진 찍는 날만큼은 무채색이 아니라 칼라풀하게 찍히고 싶다고 했습니다. (왼쪽 석은정 오른쪽 정지연 작가)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저는 30년 차 방송작가입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주부 대상 프로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사건 반장 작가입니다.

별별 프로그램을 다 했기에
이제는 프로그램 제목과 제작팀 이름이나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게 더 많습니다.

30년 방송 생활,
프로그램이 잘 나가면 행복했지만,
프로그램이 잘 나가지 못하면
가슴 졸여야 했습니다.

더러는 일이 없어져도
마냥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단단해졌는지 모릅니다.

쉽지 않았지만,
제게는 버틸 수 있게 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만났지만
이젠 인생의 친구가 된 벗입니다.
나이도 동갑인 저희는 작가 3년 차 때
처음 만나 친구가 됐습니다.
때론 친구 프로그램이 잘 나가면
샘나기도 하고 그런 적도 있었지만,
친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극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내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손잡아준 친구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희는 ‘보따리 장사(?)’라
회사에서 거하게 해주는 30주년 근속 축하,
이런 거 없습니다.

쉽지 않은 방송 작가 30년을 자축하며,
더불어 같은 길을 걸어온 내 인생의 친구와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더 멋진 우리의 나날을 위해서요.

정지연 올림

3과 0 숫자 두 개로 된 촛불로나마  두 작가는 서로의 30주년을 자축했습니다.

3과 0 숫자 두 개로 된 촛불로나마 두 작가는 서로의 30주년을 자축했습니다.

보통 직장 생활 30년을 하면
그것을 축하할 뭔가가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연을 신청한 두 방송 작가는
프리랜서입니다.
그러니 누구도 이들의 30년을
축하해주지 않았나 봅니다.

사진 컨셉을 논의하기 위해
정지연 작가와 통화하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방송을 빛나게 하는 그림자입니다.”

그들은 빛을 더 돋보이게 하는 그림자로
지금껏 살아온 겁니다.

두 친구는 3년 차 방송 작가일 때 만나
30년 차인 지금껏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가 서로를 자극하며,
서로가 서로를 끌고 밀며 30년을 이어 온 겁니다.
이를테면 서로가 서로의 거울인 셈이죠.
누구의,
어느 프로그램의 그림자인 채로 그렇게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작가 생활 30년을 이어왔으며, 앞으로의 작가 생활도 그러할 겁니다.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 작가 생활 30년을 이어왔으며, 앞으로의 작가 생활도 그러할 겁니다.

사실 방송계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30년을 활동한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운이 좋아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시사 방송 프로그램 작가가
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겁니다.
그들의 가치를 그만큼 인정받기 때문일 겁니다.

그들을 위해 조그만 케이크를 주문했습니다.
3과 0의 숫자로 된 초도 마련했습니다.
그들의 30주년을 그것으로나마 기념했습니다.

사진 찍기 전 석은정 작가가 말했습니다.
“오늘만큼은 좀 멋을 부리고 싶었어요.
원래 그림자인지라
아예 화장을 안 하고 다니거든요.
맨날 남 분장하는 거 보기만 했는데
오늘 처음 분장실에 앉아본 겁니다.
다음에 저를 보시면
혹시 몰라볼지 모릅니다. 하하”

늘 카메라 뒤가 그들의 자리였습니다. 처음으로 두 친구는 30년 만에 카메라 앞이 그들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늘 카메라 뒤가 그들의 자리였습니다. 처음으로 두 친구는 30년 만에 카메라 앞이 그들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정지연 작가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오늘 인생 최대로 멋 부린 거예요.
사실 우리의 삶이 무채색의 삶이죠.
오늘만큼은,
아니 앞으로는 컬러풀하게 살 겁니다.
그러니 컬러풀하게 찍어주세요.”

스튜디오 촬영 후
단풍 곱게 물든 길을 찾았습니다.
더불어 걷는 길,
두 벗이 오래도록 함께하길 응원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고 힘이 되는 두 친구, 앞으로 갈 길도 서로의 곁에 있을 겁니다.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되고 힘이 되는 두 친구, 앞으로 갈 길도 서로의 곁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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